"반도체주 사기엔 늦었나" 불기둥 구경만?..."아직도 저평가" 초우량주 보니[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5.29 18:14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두달간 포물선을 그리듯 분출했던 반도체주 랠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3월30일부터 5월28일(현지시간)까지 80% 급등했다.

반도체주는 과거 기술업종 내에서 경기 사이클을 가장 많이 타는 섹터였다. 하지만 AI(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공급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는 가운데 열기는 좀처럼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모든 지표는 AI 컴퓨팅 수요가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5대 하이퍼스케일러인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 플랫폼스, 오라클은 올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7500억달러 이상을 지출할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음에도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이 부족해 자체 수요를 충족하려 외부에 클라우드 판매를 포기해야 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올들어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AP=뉴시스

하지만 AI 수요 강세가 지속된다고 해도 반도체주가 이미 많이 오른 상태에서 신규 매수는 고민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반도체주가 무차별적으로 급등한 가운데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속 가능한 기술 우위와 더 나은 제품, 높은 매출액총이익률을 가진 초우량 기업 중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는 지난 3월30일 이후 30% 오른 반면 낮은 마진 구조를 가진 온 세미컨덕터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각각 122%씩 급등했다. 이 결과 엔비디아는 역사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다소 저평가된 반면 온 세미컨덕터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아트레이더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개빈 베이커는 "메모리 회사들은 한 자릿수의 PER에서 거래되고 있고 엔비디아도 PER이 낮은 편"이라며 "다른 AI 가속기 회사들도 PER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보이는데 전력, 냉각, 광통신, 반도체장비 분야의 기업들은 대부분 훨씬 높은 멀티플을 적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런스는 초우량 반도체 기업 중 멀티플이 합리적인 기업으로 엔비디아와 AMD, 브로드컴, TSMC를 지목했고 여기에 저평가 매력이 돋보이는 기업으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더했다.

이들 5개 기업은 향후 2년간 예상 주당순이익(EPS)의 연평균 성장률 대비 PER을 의미하는 주가수익성장비율(PEG)이 모두 0.6배 미만으로 1배 수준인 S&P500지수보다 낮다. 이는 향후 2년간 성장률을 고려한 밸류에이션이 S&P500지수보다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배런스는 이 5개 기업이 새로운 AI 경제의 핵심 기둥이라며 반도체주의 상승 모멘텀이 약해지더라도 지속적인 가치와 경쟁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엔비디아

엔비디아의 조정 EPS는 2023 회계연도 0.33달러에서 2026 회계연도 4.77달러로 급증했다.(2026 회계연도는 2025년 2월~2026년 1월) 애널리스트들은 경제가 AI로 전환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향후 2년간 엔비디아의 연간 조정 EPS가 12.37달러(2028 회계연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선행 PER은 17배에 불과하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용 GPU(그래픽 처리장치)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인 비벡 아리아는 GPU 가속기 시장에 경쟁자들이 진입했지만 장기적으로 엔비디아의 시장점유율은 70%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용 네트워킹 칩 분야에서도 최대 업체이며 에이젠틱 AI 시대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CPU(중앙처리장치)까지 직접 만든다. 엔비디아는 단독으로 판매되는 데이터센터용 CPU 칩에서 올해 200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릴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는 인텔의 데이터센터 사업 규모와 맞먹는다.

물론 AI 시장의 중심축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면서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약화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AI 추론 칩에 특화된 그록과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추론 칩 시장에서도 보폭을 넓히려 준비 중이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CPU와 GPU 결합 칩인 베라 루빈을 출시한 이후 올해 말 그록 칩이 탑재된 서버를 내놓을 계획이다.

AMD

AMD는 서버 CPU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GPU 가속기 분야에서도 연간 수십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며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AMD의 조정 EPS가 지난해 4.17달러에서 내년에는 13.10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평균 77%의 성장률이다.

다만 AMD 주가는 이미 이같은 성장 기대를 상당 부분 반영해 지난 3월30일 이후 164% 급등했다. 2027년 조정 EPS 기준 PER도 40배로 나머지 4개 기업보다 많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향후 성장성을 고려하면 과도하지 않다는 평가다.

올들어 AMD 주가 추이/그래픽=김지영
브로드컴

브로드컴은 구글과 공동으로 맞춤형 AI 칩인 TPU(텐서 처리장치)를 설계했다. TPU는 현대 8세대까지 개발돼 나왔으며 앤트로픽도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사용하고 있다. 브로드컴의 맞춤형 AI 칩 고객은 구글을 포함해 6개사다,

브로드컴은 AI 성장의 핵심 수혜 분야 중 하나인 네트워킹 칩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브로드컴의 EPS는 올해와 내년에 연평균 63% 성장해 2027년에는 218.17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선행 PER은 23배 수준이다.

TSMC

TSMC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회사들의 반도체를 생산한다. TSMC는 지난 14년간 이익이 단 2번만 감소했을 정도로 경기 사이클을 타지 않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TSMC는 지난 2년간 EPS가 2배 늘었으며 2027년까지 2년간 90%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7년 예상 EPS 기준 PER은 21배다.

다만 중국이 대만에 통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마이크론

최근 반도체 공급망에서 병목현상이 가장 심각한 분야가 메모리 반도체다.

메모리는 대표적인 범용 반도체로 경기 사이클을 심하게 탔다. 특히 2023년 하강 사이클은 혹독했다. 이후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은 신규 설비 투자에 신중을 기했고 이 결과 공급이 폭증하는 AI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신규 공장은 내년 중반에야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며 메모리 공급 부족은 2028년이 돼서야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애널리스트들은 마이크론의 조정 EPS가 2025 회계연도 8.29달러에서 2027 회계연도(2027년 8월 종료)에 100달러 이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은 경기 순환성이 강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낮은 PER을 적용받아 왔다. 지난 1년간 주가가 854% 폭등했음에도 2027년 예상 EPS 기준 PER은 9배에 불과하다.

메모리 상승 사이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선 AI 수요 증가에 따른 공급 부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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