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22년만에 토요타 꺾고 시총1위…손정의 역전 드라마

양성희 기자
2026.06.03 10:37

[글로벌키맨] AI 투자에 전력…소프트뱅크 주가 급등, 일본 최고 부자도 탈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최대 750억유로(약 132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사진=로이터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역전 드라마를 썼다. 일본에서 20년 넘게 시가총액 1위 기업 자리를 지켜온 토요타자동차를 꺾고 소프트뱅크를 시총 1위에 올리면서다.

과거 위워크 투자 실패땐 오명도 썼다. 굴욕을 딛고 AI(인공지능)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빛을 봤다. 그의 시선은 일본에 머물지 않는다. 10년전 영국 반도체설계기업 ARM을 인수했고 최근 프랑스에 역대급 AI 데이터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AI 시대 산업구조가 완전히 바뀌는 흐름 속에서 '손의 선택'이 주목받는다.

시총 48조엔 기업으로 우뚝…"AI 시대 변화 기점"

소프트뱅크 주가는 지난 1일 일본 도쿄 증시에서 전거래일 대비 장중 한때 15%까지 급등해 종가 기준 시총이 48조엔(약 456조원)을 넘었다. 장중 한때 49조엔(약 465조원)을 넘기도 했다. 같은 날 토요타 주가는 장중 5% 가까이 하락해 시총이 45조엔(약 427조원)대로 내려앉았다.

토요타가 시총 1위를 내준 건 22년여 만에 처음이다. 토요타는 2003년 12월 당시 최대 기업이던 NTT도코모를 제친 이후 정상을 지켜왔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이번 시총 역전이 AI 시대 변화의 기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최대 750억유로(약 132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두 손을 맞잡은 모습. /사진=로이터
빛 발하는 AI 투자, 유럽 최대 승부수…오픈AI 투자도 확대

소프트뱅크가 지난달 31일 최대 750억유로(약 132조원)를 투자해 프랑스에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다고 발표한 것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어 손 회장은 1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재하는 연례 투자 행사 '프랑스를 선택하세요'에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설명했다. 소프트뱅크가 역대 유럽에 단행한 투자 중 최대 규모다. 해당 AI 데이터센터의 규모는 5GW(기가와트)에 달해 유럽 최대가 될 전망이다.

손 회장은 미래 산업의 변화를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왔다. 2016년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인수한 건 사물인터넷(IoT) 확산으로 반도체 설계 기술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AI 붐이 불면서 Arm의 가치가 크게 뛰었고 이는 소프트뱅크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한 소프트뱅크는 오픈AI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연말까지 투자 규모를 646억달러(약 98조원)로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3월 말까지 총 346억달러(약 52조원)를 투자했다.

오픈AI 투자에 따른 평가이익은 6조7304억엔(약 64조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2조7965억엔(약 27조원)에서 3개월 만에 2.4배 불어났다. 오픈AI가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인 만큼 상장 효과도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최대 750억유로(약 132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사진=로이터
손정의 "AI, 닷컴 붐보다 50배 커…이제 시작"

손 회장은 시장에 퍼져있는 AI 거품론을 불식했다. 그는 1일 CNBC 인터뷰에서 "AI 붐은 닷컴 때보다 50배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50년에서 100년간 이어질 수 있는 기술 혁명의 시작 단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에서 약간의 조정(correction)은 언제나 있지만 닷컴 버블 이후 시장은 훨씬 더 커졌다"며 "조정이 생기면 최고의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1957년 일본 판자촌에서 태어난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를 키워 1990년대 인터넷 재벌로 이름을 알리고 닷컴 시대를 주도했다. 이어 은행업, 통신사업 등에 뛰어들며 일본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위워크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지만 AI 시대 발빠르게 움직여 역전 드라마를 썼다.

지난해 순자산은 551억달러(약 84조원)로 유니클로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을 제치고 일본 1위 부자에 다시 올랐다. 손 회장은 한국 국적이었지만 사업상의 이유로 1990년 일본에 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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