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못한 바퀴벌레" 대법원장 발언과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사건에 청년들 분노…'밈 정당' CJP 시위 주도

인도 청년들이 주도하는 '바퀴벌레 시위'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권을 흔들고 있다. 수리아 칸트 대법원장의 "일자리도 못 얻는 바퀴벌레 같은 젊은이" 발언과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사건으로 성난 청년들이 바퀴벌레를 자처하며 거리로 나선 것. 시위대는 교육부 장관 사임을 요구하나 모디 정부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대립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보도에 따르면 전날 수도 델리에서 시위에 나선 청년 5000명이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델리 경찰 측 집계에 따르면 경찰 인력이 118명, 시위대 60명을 포함해 대략 180명이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주최 측은 경찰의 과잉 진압이 충돌로 이어졌다면서 시위대 측에서만 부상자가 150명 이상 나왔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은 곤봉과 최루탄을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했다.
시위대는 이날도 델리에 위치한 천문대 유적지 잔타르 만타르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로이터는 시위대가 5000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인도 야권 지도자 라훌 간디가 모디 총리 관저 앞에서 총리 사퇴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가 구금됐다.
시위대는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이 지난 5월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주장한다. 인디언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모디 정부는 프라단 교육부 장관 사퇴는 없을 것이란 입장. 총리가 이미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진행 중인 시위는 정권을 흔들기 위한 술수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시위대는 정치커뮤니케이션 분석가 아비짓 딥케가 만든 가상정당 '바퀴벌레국민당'(CJP)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CJP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칸트 대법원장의 지난 5월 발언 때문. 칸트 대법원장은 법원에 같은 소송을 반복 제기하는 한 변호사를 겨냥해 "취업도 못하는 바퀴벌레 같은 청년들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순식간에 퍼졌다.
미국 보스턴대학을 졸업해 일자리를 찾고 있던 딥케는 "바퀴벌레들이 모이면 어떻게 될까"라며 SNS에 CJP 이름으로 계정을 개설했다. 발언 직후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사건이 터졌다. 인도 의대 입학시험 응시생은 220만명에 달하는데 현재까지 12명이 유출 사건이 드러난 뒤 극단적 선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도 집회에 상당수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난, 취업난에 고통받던 인도 청년들은 CJP에 공감을 표하며 계정을 팔로우했다. 현재 CJP 계정 팔로워는 2400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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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입시, 취업 경쟁과 사교육비 부담으로 지친 인도 청년 세대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페빈 조셉 호주 라트로브 대학 힌디어 강사 등은 더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의대 입학시험이 무효 처리 후 재시행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단순히 시험을 한 번 더 보는 문제가 아니"라며 "수험생들의 가족 대부분은 재시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인도 상위 10%가 경제 성장 과실을 대부분 차지했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며 "대학 졸업생 40%가 실업 상태다. 인도 청년들은 미래를 향한 불안감과 함께 지금 사회 규칙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가디언은 "200만명이 넘는 수험생이 의대 입학정원 13만개를 놓고 경쟁한다"며 "많은 가정들이 자녀를 뒷바라지하려고 평생 모은 저축도 모자라 빚을 지고 있다"며 "인도 사교육비 지출액수는 정부가 고등학교에 배정하는 전체 예산보다 많다"고 했다. 이어 "인도의 제트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게 CJP는 교육 시스템, 고용 시장을 향한 불만을 대변하는 목소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