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빨아들이는 스페이스X, 증시 정점 칠까…독특한 락업 구조도 관심

권성희 기자
2026.06.09 09:37

[머니&마켓]

[보카치카=AP/뉴시스] 스페이스X가 공개한 영상 사진에 22일(현지 시간) 미 텍사스주 보카치카의 스타베이스에서 시험 발사된 스페이스X의 '스타십 V3'가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고 있다. 총길이 124m에 달하는 차세대 모델 'V3'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2026.05.23. /사진=민경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초대형 IPO(기업공개)가 미국 증시의 정점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스페이스X는 역대 최대 규모인 750억달러를 공모한다. 이는 기존 역대 최대 IPO였던 2019년 사우디 아라비아의 아람코가 기록했던 294억달러의 2.5배 규모다.

특히 스페이스X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배정하는 물량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다. 스페이스X는 전체 공모 물량의 25~30%, 즉 225억~230억달러를 할당한다. 이는 개미들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의 배정 물량이다. 통상 대형 IPO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되는 공모 물량은 5~10% 그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IPO가 유동성, 특히 개인 자금을 대거 흡수하면서 증시가 정점을 치고 약세로 반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시 주변 대기 자금 풍부"

이에 대해 펀드스트랫의 매니징 파트너이자 리서치 책임자로 월가의 대표적인 낙관론자인 톰 리는 8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이스X의 IPO가 시장의 고점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주식시장에 유입되지 않고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유동성이 7조달러에 달한다"며 "고액 자산가들은 스페이스X의 공모주를 매수하기에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스페이스X의 공모 물량을 아주 잘 흡수할 뿐만 아니라 IPO 이후에도 시장은 호조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는 12일 스페이스X 상장 때까지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일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나스닥지수가 지난 5일 4% 이상 급락한데 대해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공모를 위해 많이 오른 반도체주를 팔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스페이스X의 의무보호예수(락업, Lock-up) 기간이 끝나면 주요 주주와 초기 투자자들이 지분을 팔기 시작하면서 스페이스X 주가는 물론 증시 전체적으로 하락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닷컴 버블이 절정을 달리던 1999년 당시 기업들의 IPO가 줄을 잇는 가운데 보호예수 기간이 연달아 해제되며 기업 내부자들이 지분을 대거 매도한 것이 닷컴 버블 붕괴에 일조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리는 닷컴 버블 때와 같은 역사가 이번에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뒤에도 초기 투자자들이 보유 지분을 무더기로 매도하는 현상은 이전보다 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스페이스X를 포함해 (앤트로픽과 오픈AI 등 IPO 추진) AI(인공지능) 기업들의 자금 충당이 완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 등은 순이익을 통해 자체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려 앞으로도 당분간은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자들이 주가 방어에 신경을 쓰면서 보유 지분을 대거 처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대형 IPO 후 증시 움직임 어땠나

과거 데이터들도 대형 IPO로 인해 강세장이 종말을 맞은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분석에 따르면 대형 IPO 이후 증시는 1년간 상승했으며 특히 IPO 기업보다 더 좋은 수익률을 내는 경향이 있었다.

캐너코드 제뉴이티는 2008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공모했던 비자와 메타 플랫폼스(IPO 당시 페이스북), 알리바바. 아람코, 리비안 오토모티브, LG 에너지 솔루션, 암 홀딩스 등 7개 IPO 기업을 분석했다.

이 결과 초대형 IPO 후 1년간 S&P500지수는 평균 1.1% 오르는데 그쳤지만 나스닥지수는 평균 10.9% 상승했다. 나스닥지수는 이들 7개 IPO 기업 중 5개사가 상장한 뒤 1년간 강세를 보였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상장했던 비자의 경우 IPO 이후 1년간 나스닥지수는 44.3%, S&P500지수는 39.6% 급락했다.

흥미롭게도 IPO 기업들은 상장 이후 1년간 주가가 평균 4.2% 하락했다. 특히 페이스북과 알리바바, 아람코, 리비안은 상장 후 1년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다. 반면 AI 강세장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23년에 상장한 암 홀딩스는 1년간 주가가 132% 폭등했다.

순차적 구조의 보호예수 기간

한편, 스페이스X의 보호예수 기간은 독특한 순차적 구조로 짜여졌다. 일단 머스크를 비롯해 IPO 이전에 스페이스X 지분을 60%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들은 상장 후 366일 동안 단 한 주의 주식도 매각할 수 없다.

나머지 초기 투자자들과 임직원들은 상장 후 약 한달 반 이후부터 조건에 따라 지분을 순차적으로 처분할 수 있으며 180일(6개월) 이후에는 전량 매도가 가능하다.

이들은 우선 상장 후 첫 실적 발표 2일 후 보유 지분의 20%까지 팔 수 있다. 이는 올 2분기 실적 발표가 이뤄지는 7월 말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스페이스X 주가가 공모가의 30% 이상(175.5달러 이상)을 5일간 유지하면 추가로 10%를 더 팔 수 있다.

또 상장 후 70일, 90일, 105일, 135일이 경과할 때마다 7%씩 총 35%를 매도할 수 있고 올 3분기 실적 발표 후에는 추가로 28%를 처분할 수 있다. 나머지 물량은 상장 후 180일이 지나면 모두 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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