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를 재점화한 이란-이스라엘 교전은 이스라엘 정치 혼란이 작용한 결과다. 현재 해산 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라엘 의회는 이르면 9월 조기 총선을 치를 수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내각은 총선 승리를 위해 이란 전쟁을 최대한 이용하려 할 공산이 크다.
10일 외신을 종합하면 이스라엘 의회 크네세트는 조기 총선을 위한 의회 해산 절차를 밟고 있다. 원래 총선 날짜는 10월27일인데 이르면 9월 초까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정확한 날짜는 현재 심의 중인 의회 해산 법안이 통과돼야 알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에 따르면 조기 총선은 의회 해산 법안 통과 후 90일이 지난 시점부터 가능하다.
의회가 해산을 결정한 것은 초정통파 유대교 학생 예시바에 대한 병역 면제 논란 때문. 연정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 내각을 떠받치고 있는 유대교 정당은 예시바 병역 면제를 법제화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유대교 정당은 네타냐후 총리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네타냐후 연정을 지지하는 나머지 정당들은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맞불을 놨다.
신속한 정권 교체를 바라는 야당이 동참하면서 의회 해산 법안은 찬성 106, 반대 0표로 지난 2일 통과됐다. 상임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표결 절차를 통과하면 의회 해산안은 최종 가결 처리된다.
이스라엘 내부의 정치 혼란은 이번 공습의 불씨가 됐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등에 따르면 이번 이스라엘 총선은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기습 사건에 대한 책임 규명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책임을 추궁당할 공산이 크다. 국가 안보 수호에 실패했다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면 선거 패배 이후 부패 혐의 재판을 거치며 정치 생명이 끊길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당신은 미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군사작전을 지지하는 것은 이런 실패자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다. 미국 액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폭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트럼프 대통령 반대에 부딪혀 취소했다. 전시를 이유로 형사 재판을 중단시키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레바논 정부와 진행 중인 종전 협상안에서도 네타냐후 총리 입장을 엿볼 수 있다. 이 협상안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접한 남부 레바논 국경지대에서 완전 철수하고 해당 지역을 이스라엘군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협상은 이스라엘과 교전 중인 헤즈볼라가 아니라 레바논 정부를 상대로 진행됐다. 내용부터 과정까지 성사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관측됐다. 협상안이 공개된 지난 4일 나임 카셈 헤즈볼라 지도자는 사실상의 항복 요구라며 거절했다. 이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이란, 이스라엘 교전이 개시됐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의 요시 베르터 칼럼니스트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러 전선에서 가능한 한 오래 이어질 수 있는 전쟁"이라며 "전쟁이 장기화되고 더욱 복잡해진다면 선거를 연기하는 선택지도 열릴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의 공격을 막고 이란과 그 추종 세력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압박 아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