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기업공개)인 스페이스X가 12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 상장해 거래를 시작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올해 하반기 상장이 예상되는 AI(인공지능) 기업인 오픈AI와 앤트로픽에 대한 투자자 수요를 가늠하게 해주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공모가 135달러에 5억5560만주를 매각해 750억달러를 조달했다. 이에 따른 기업가치는 약 1조7700억달러로 평가된다. 티커 'SPCX'로 거래되는 스페이스X의 상장과 관련해 궁금한 점들을 정리했다.
머스크를 비롯한 스페이스X 경영진은 12일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오후 10시30분) 나스닥시장의 개장 벨을 울릴 예정이다. 하지만 개장과 동시에 스페이스X의 거래가 시작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크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IPO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개장과 동시에 거래가 시작되지 않는다. IPO 주관사들은 통상 주식 거래를 개시하기 전에 전체 공모 물량의 약 10% 수준에 해당하는 매수-매도 주문을 맞춰 놓으려 한다. 이는 거래 초반 주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스페이스X의 경우 주관사들이 약 5500만주, 금액으로는 약 75억달러 규모의 매수-매도 주문을 미리 받아 놓으려 할 것이란 의미다. 문제는 매도자를 확보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IPO 전에 스페이스X 지분을 확보한 초기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 욕구가 있겠지만 일정 기간 보유 주식을 매도할 수 없는 보호예수(락업, lock-up) 규정을 적용받는다.
결과적으로 스페이스X의 거래 시작 시간은 상당히 늦어질 수 있다. 스페이스X 이전까지 미국 최대의 IPO였던 알리바바 그룹은 2014년 상장 당시 정오 직전에 거래가 시작됐다.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IPO 기업인 피그마는 오후 2시 직전에야 거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다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상장 첫날 충분한 거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일정 수준의 매수-매도 주문 매칭 없이 거래를 시작할 수도 있다.
월가에선 스페이스X가 상장 직후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공모주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로 높기 때문이다. 대형 IPO에서 개인 투자자 비중은 일반적으로 5~10% 수준인데 스페이스X는 이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를 매수하려 대기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가가 불안하게 움직이면 금세 매도세로 돌변할 수 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일 경우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돼 5분간 거래가 중지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신규 상장 종목은 주가가 10%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다. 지난달 상장한 반도체회사 세레브라스 시스템즈와 지난해 피그마 모두 거래 첫날 서킷 브레이커로 거래가 잠시 중단됐다.
IPO 주관사는 공모 물량보다 최대 15% 더 많은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배정할 수 있다. 이는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IPO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면 주관사가 초과 배정한 물량만큼 주식을 매수해 기업에 돌려주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주가가 오르면 주관사는 IPO 기업에 초과 배정 옵션, 즉 그린슈 옵션을 행사하고 기업은 초과 배정 물량만큼 주식을 더 발행한다.
스페이스X도 공모 규모보다 15% 더 많은 주식을 배정했다. 이 때문에 대표 주관사인 모간스탠리는 스페이스X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지면 매수에 나서고 주가가 오르면 그린슈 옵션을 행사하게 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상장 전에 기관 투자가들에게 공모가 범위를 제시한 뒤 수요를 확인하면서 최종 공모가를 결정한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수요를 확인하면서 투자자들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공모가를 찾아가는 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135달러로 정했다.
상장 첫날 스페이스X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다면 공모가를 너무 낮게 책정해 더 조달할 수도 있는 자금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거나 거의 오르지 못한다면 스페이스X와 주관사들이 수요를 과대평가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지난 9일 마감된 스페이스X 공모 청약에는 공모금액 750억달러의 3배가 넘는 2500억달러가 몰렸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청약 자금이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온라인 증권사 IG 인터내셔널이 제공하는 스페이스X와 관련한 파생상품 가격은 약 2조4000억달러의 시가총액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인 1조7700억달러보다 35% 이상 높은 수준이다.
IG의 시장 애널리스트인 파비엥 입은 스페이스X에 대해 "IPO 수요도 양호했고 상장 전 거래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높다"며 현재까지 경험한 상장 전 거래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았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인 하이퍼리퀴드에서 거래되는 스페이스X 연계 무기한 선물가격은 약 18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를 시총으로 환산하면 2조3000억달러가 넘는다.
글로벌 예측 플랫폼인 폴리마켓 참여자들은 스페이스X의 시총이 상장 첫날 2조달러를 넘을 확률을 70%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전망이 실제 주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들 시장은 거래 규모가 작고 투명성이 낮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