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AI 네이티브'가 뜬다…AI가 바꾸는 中 창업 생태계

왕양 기자, 안재용 기자
2026.06.14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中 AI산업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5월 중국 닝보 수출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박람회에서 운영된 바이췌즈넝 전시 부스/사진=바이췌즈넝

중국에서 생성형 AI(인공지능)와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새로운 기업 조직 모델이 확산하고 있다. 적은 인원으로 높은 생산성을 창출하는 '린 AI 네이티브(Lean AI Native·설립 5년 이내, 직원 50명 미만으로 연 매출 500만 달러 이상을 달성한 AI 스타트업)'가 새로운 성장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AI가 가능케 한 中 '1인 기업' 열풍

최근 중국에서는 OPC(One-Person Company, 1인 기업)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지난 3월 발표한 '중국 OPC 발전 조사보고서 2026'에 따르면 AI 기술 발달과 신회사법 시행을 바탕으로 OPC 창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장강삼각주와 주강삼각주 지역을 중심으로 OPC 등록이 늘고 있으며 중국 우한·청두·허페이 등 중서부 도시에서도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OPC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기술 서비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 및 전문 컨설팅 등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중국에서 1인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AI가 개인과 소규모 조직의 생산성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AI를 활용해 과거 수십 명 규모의 팀이 수행하던 업무를 1인 또는 10명 안팎의 팀이 수행하는 사례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소수 인력만으로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린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AI 에이전트 기술 확산이 있다. 과거에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면 개발자와 디자이너, 마케팅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개발자도 자연어 명령만으로 애플리케이션과 웹서비스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중국에서는 각종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통해 일반 이용자들이 학생용 수강 신청 사이트, 개인 트레이너 예약 서비스, 아기 이름 추천 프로그램,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등을 직접 개발해 운영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AI가 창업의 핵심 역량을 '코딩 능력'에서 '수요 발굴 능력'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OPC 창업자 루관난은 AI 콘텐츠 마케팅 기업 저스트 AI(JustAI)를 창업해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서비스 이용자 350만명, 유료 이용자 1만명을 확보했다. 또 다른 OPC 창업자 천윈페이는 AI 도구만을 활용해 1시간 만에 '고양이 보조조명'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이후 그는 AI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기업용 AI 업무 프로세스 구축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연간 수입이 약 2억 원(100만 위안)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칭화대 졸업생 쉬잔웨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스타트업을 OPC로 시작했다. 그는 20억 원(1000만 위안)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팀 규모를 10명 수준까지 확대했다.

AI 에이전트 기업 워크버디(WorkBuddy)는 초소형 팀이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약 10명 규모의 팀으로 시작한 워크버디는 중국 AI 에이전트 시장의 대표 서비스 중 하나로 성장했다. 월간 방문자 수는 885만 명을 기록하며 2위 업체를 2.6배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텐센트 실적 발표에서도 주요 사례로 언급될 정도로 시장 존재감을 확대했다.

10명 안팎의 인력으로 운영되는 AI 무역 솔루션 기업 바이췌즈넝은 적은 인원으로 대규모 조직 수준의 성과를 창출한 대표 사례로 주목받는다. AI를 활용해 고객 발굴과 영업 과정을 자동화한 결과다. 한 건자재 수출기업은 바이췌즈넝의 솔루션을 도입한 뒤 수출액을 9만 달러에서 72만 달러 이상으로 늘렸다.

알리바바 계열의 친청 OPC 커뮤니티/사진=대성우창

적은 인원으로 유니콘 달성?…마누스·유니트리 등 스타 기업 등장

최근 글로벌 주목을 받은 AI 에이전트 기업 마누스(Manus)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팀으로 출발했음에도 세계 시장의 관심을 끌며 중국 AI 스타트업의 대표 사례로 부상했다. 시장조사업체 앱피겨스(Appfigures)에 따르면 마누스는 2025년 약 18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AI 산업의 경쟁력이 더 이상 대형 플랫폼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창업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 역시 이러한 흐름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유니트리는 3명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중국 체화지능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유니트리가 올해 3월 공개한 기업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매출은 약 33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5.36% 증가했다. 과거 기술 혁신이 대기업 연구소나 국가 연구기관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소규모 창업팀도 AI와 공급망을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정책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2025 중국 디지털경제 창업 백서'에 따르면 OPC 형태를 선택한 창업자는 120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 우한시는 2026년 기준 30개의 OPC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1500개 이상의 무상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알리바바, 국유기업 등이 다양한 창업 지원 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또 중국 지방정부들은 창업 공간 제공과 연산력 지원, 자원 연계 정책 등을 통해 AI 기반 창업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야오젠화 복단대 신문학원 부원장은 지난 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6 상하이 OPC 경제대회'에서 "상하이 OPC 경제가 △정부 지원과 시장 민감성의 균형 △도시 간 차별화 △실질적인 응용 시나리오 확보 △국제화 전략 구축이라는 네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며 "단순한 공유 오피스 제공에 머무를 경우 OPC 생태계의 자생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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