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컴퓨팅 용량 부족을 이유로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에 자사 생성형 AI(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의 제한적 사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빅테크(기술 대기업)도 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 AI 인프라 병목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은 지난 3월 메타가 요구한 컴퓨팅 용량을 전부 제공할 수 없다며 제미나이 사용 제한을 통보했고, 이 제한 조치는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며 "구글의 제한 조치로 메타의 일부 AI 프로젝트 추진에 차질이 생겨 일정이 지연됐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FT에 "구글은 메타 이외 다른 고객사에도 제미나이 사용 제한을 통보했다"며 "제미나이에 대한 메타의 수요가 (다른 업체보다) 유독 많았기 때문에 (구글 제한 조치로 인한) 충격도 컸다"고 말했다. 이어 메타가 구글의 제한 조치 이후 AI 비용 관리를 위해 직원들에게 'AI 토큰'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했다고 전했다.
구글의 이번 제한은 AI 산업 전반에 퍼진 인프라 압박과 병목현상을 보여준다고 FT는 짚었다. 구글과 메타 등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빅테크조차도 AI 서비스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할 만한 충분한 컴퓨팅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만큼 인프라 부족 상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에서 "우리는 단기적으로 컴퓨팅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었다면 클라우드 매출이 더 높았을 것"이라며 컴퓨팅 용량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1분기 구글의 클라우드 매출은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매출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잔여이행의무(RPO)는 전년 대비 약 5배 증가한 4600억달러에 달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구글은 메타 등 대형 기업의 수요를 감당하고자 추가 컴퓨팅 용량 확보에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구글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이끄는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로부터 컴퓨팅 용량을 임차하는 매월 9억2000만달러(약 1조4157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AI 인프라 부족 사태가 '빅테크의 투자 확대 → 핵심 자재 수요 급증 → 제조 원가 및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본격적인 AI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이는 일시적인 물가 충격으로 간주하는 관세와 국제유가 상승과 달리 수년간 지속될 구조적 수요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실물 경제 전반의 장기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