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으로 올해 역대급 수출고를 올렸음에도 만성적 자본 유출 탓에 내수 경제로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외신 지적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은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지만, 들어오는 돈은 거의 없다'는 분석에서 "세계 최대 메모리 칩 제조업체 두 곳을 보유한 한국은 AI 덕분에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부를 창출하는 것과 그 부를 국내에 유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해 2분기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동기보다 15.6% 상승해 국내총생산(GDP)이 같은 기간 3.7% 성장한 것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GDI는 국민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것이 경제 성장률보다 빠르게 증가한 것은 AI 산업이 팽창하며 창출된 자금력이 국내 증시의 성장이나 자산 가치 상승, 즉 전반적인 경제 호황으로 직결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역설적인 상황 배경에는 만성적인 자본 유출이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가 국내 금융 계좌 예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출 수익의 상당 부분이 해외 직접 투자나 포트폴리오 투자 등을 통해 해외에 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이체방크는 한국은 국가별 수출액이 세계 5위로 세계 최대 수출국 중 하나지만 원화는 전 세계 외환 거래량의 1%만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이 자금 유출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7월 AI발 폭락장을 겪으면서 한국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코스피는 저평가의 덫"이라는 오랜 인식이 재점화하고 있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인해 변동성이 극에 달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피를 완전히 이탈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는 일일 변동률이 5% 이상인 거래일은 35일이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에서는 올해 그런 날이 단 하루도 없었던 것과 대비된다.
한국이 세계 최대 메모리 제조업체 삼성전자(248,250원 ▼20,250 -7.54%)와 SK하이닉스(1,497,000원 ▼165,000 -9.93%) 등을 보유했음에도 이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 SK그룹은 앞서 미국에 쏟은 350억달러 외에 더 큰 투자를 예고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블룸버그TV에서 "내 계획은 350억 달러보다 훨씬, 훨씬, 훨씬 더 큰 규모"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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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지난 6월 주요 수출업체들에게 원화 안정을 위해 해외에 예치된 자금을 본국으로 송환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 AI 인프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위해 국부펀드에 신규 자본을 투입하는 등 국내 투자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약 400조원을 투자해 국내에 새로운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원화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원화 24시간 거래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 점을 분석한 슐리 렌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중국 경쟁업체들이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한국) 정부가 직접 수출 흑자를 거둬들이지 않고, 정부 자금을 활용해 국내 투자를 유도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처럼 국경을 넘는 주식 투자를 억제하고 자본을 국내에 묶어두는 방식으로 국내 주식 시장을 발전시킬 수는 없다"며 "기업 심리를 개선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