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도 "인스타=마약"...메타, 주 정부와 'SNS 중독' 법적공방

직원들도 "인스타=마약"...메타, 주 정부와 'SNS 중독' 법적공방

정혜인 기자
2026.08.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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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9개주가 제기한 소송 첫 공판…
원고 측 "직원도 '인스타=마약' 표현, 중독 방치"
메타 측"SNS 사용→정신건강 악화 근거 없다"…
메파 패소 시 280조 배상·SNS 사업 위기 가능성

/로이터=뉴스1
/로이터=뉴스1

세계 최대 SNS(소셜미디어) 기업 메타플랫폼(메타)의 운명이 걸린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중독성' 소송전의 첫 공판에서 미국 29개 주 정부와 메타가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쳤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지방법원은 이날 캘리포니아·콜로라도·켄터키·뉴저지 등 4개 주가 메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모두진술을 진행했다.

이번 공판은 지난 2023년 29개 주 정부가 메타를 상대로 제기한 'SNS 중독' 소송에 따른 것으로, 메타의 주 정부 소비자보호법 및 연방 정부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COPPA) 위반 여부를 심리하게 된다. 오클랜드 연방지방법원의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 주재하는 이번 공판은 6주간 진행될 예정으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최고경영자),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배심원단은 8명으로 구성됐다.

 메타의 전 안전 책임자이자 내부 고발자였던 아트루로 베하르가 1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지방법원에 원고 측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하는 모습. /로이터=뉴스1
메타의 전 안전 책임자이자 내부 고발자였던 아트루로 베하르가 1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지방법원에 원고 측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하는 모습. /로이터=뉴스1
"내부서도 '인스타=마약'…광고 수익 위해 '아동 중독' 외면"

29개 주 정부를 대리하는 메건 오닐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부장관은 이날 모두진술에서 메타의 SNS 사업 모델이 "사용자를 유인하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붙잡아 두고, 그들의 데이터를 수집한 뒤 진실을 대중에게 숨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방식은 특히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었다"며 "메타는 아이들이 필요했고, 이 아이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아이들이 안전하다고 확신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오닐 부장관은 메타 내부 보고서·이메일·직원들의 사내 메시지 대화 내역 등을 근거로 메타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버튼과 추천 알고리즘 같은 핵심 기능을 의도적으로 중독성을 유발하도록 설계해 아동·청소년의 건강 위기를 초래하고, 광고 이익을 얻었다는 주 정부들의 주장을 입증하려 했다.

오닐 부장관은 '어린아이들이 가장 좋은 세상'이라는 메타 내부 연구보고서를 언급하며 "메타는 아동의 뇌가 끊임없이 보상을 추구하고, 사회적 피드백에는 민감하지만, 성인만큼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공개한 메타 직원들의 내부 이메일에는 인스타그램을 "마약"에 비유하고, 자신들의 "기본적으로 마약 판매상"이라고 표현한 내용과 또 메타 제품이 "인간 심리 약점을 착취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메타의 전 안전 책임자이자 내부 고발자였던 아트루로 베하르는 첫 번째 증인으로 출석해 오닐 부장관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페이스북 엔지니어들의 '유해 콘텐츠 노출 방지' 아이디어가 경영진 검토 후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는 '작은 조약돌'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또 규정상 '가입 불가'인 13세 미만 어린이의 인스타그램 사용에 대해 사측이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태도를 보였고, 인스타그램의 숏폼 '릴스'(Reels) 초기 배포 과정에서 안전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메타플랫폼 측 변호사 폴 슈미트가 1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지방법원에 들어서고 다. /AFPBBNews=뉴스1
메타플랫폼 측 변호사 폴 슈미트가 1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지방법원에 들어서고 다. /AFPBBNews=뉴스1
메타 "SNS 사용→정신건강 악화 입증 안돼"

메타 측은 이런 주장을 강력히 부인했다. 메타 측 변호사인 폴 슈미트는 마크 저커버그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해 메타 경영진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부모 감독 기능, 이용시간 제한 등 온라인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많은 조처를 했다고 변론했다.

슈미트 변호사는 "이번 재판을 통해 청소년 정신건강과 SNS 그리고 청소년들의 SNS 이용 방식과 같은 수많은 중요한 이슈를 듣게 될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메타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메타 직원들이 인스타그램을 '마약'으로 비유한 것은 사적인 자리에서 나눈 '가벼운 표현'(loose language)이라며 직원들이 청소년에게 안전한 앱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일을 했고, 배심원들도 이를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타 측은 일부 청소년이 SNS 이용 시간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청소년의 SNS 사용과 정신건강 악화 간 명확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그간 메타가 직면했던 다른 SNS 피해 재판보다 특히 주목받는다. 재판 결과에 따라 메타가 재정적 부담은 물론 '좋아요' 등 핵심 기능 차단, 앱 디자인 변경 등 SNS 사업 전반을 손봐야할 수 있다.

주 정부들은 메타가 패소할 경우 배상액 규모가 지난해 연간 매출과 비슷한 최대 2000억달러(약 28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반면 메타 측은 회사 시가총액과 맞먹는 최대 1조4000억달러(1961조원)가 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메타는 최근 뉴멕시코주 지방법원에서 비슷한 혐의로 5억달러(700억원) 이상의 피해보상 기금 조성 명령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이날 오클랜드 연방지방법원 밖에서는 SNS 중독 등으로 자녀를 잃은 학부모들이 영정 사진과 사망한 어린이들의 이름·나이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메타 반대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한 남성이 1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연방지방법원 앞에서 SNS(소셜미디어) 중독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사진=민경찬
한 남성이 1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연방지방법원 앞에서 SNS(소셜미디어) 중독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사진=민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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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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