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50억달러를 들여 미국 국기의 짙은 푸른색으로 페인트 칠을 했던 링컨기념관 '반사연못'은 트럼프 대통령의 더 큰 구상 중 일부였다. 미국 건국 250주년을 명분삼아 수도 워싱턴 DC 곳곳을 개조하는 일이다. 아직 첫 삽도 뜨지않은 개발 계획이 여러 건이다.
1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원칙은 '활용도가 낮은 토지를 최대한 활용해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그는 새 '미국영웅국립정원'을 지어 미국의 위인 250인 동상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 부지로 포토맥 강변의 웨스트 포토맥 공원을 지정하면서 "최고급 수변 부동산"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은 내셔널몰과 맞닿아 있어 연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워싱턴 DC의 상징적 공간이다. 인근에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관, 프랭클린 루즈벨트 기념관, 마틴 루터 킹 기념관 등 미국의 주요 국가 기념물이 밀집해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의미보단 부동산 가치를 중요하게 본 셈이다.
이와 함께 포토맥 강변에 위치한 공공 골프장은 챔피언십 수준의 코스로 탈바꿈한다. US 오픈, 라이더 컵, PGA 챔피언십 및 기타 주요 PGA 투어 대회를 포함한 메이저 골프 대회를 이곳에서 개최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다.
또 링컨기념관과 알링턴 국립묘지 사이 '메모리얼 서클'에는 파리 개선문을 본 뜬 높이 250피트(약 76m)짜리 아치형 독립문이 세워진다. 메모리얼 서클은 링컨기념관에서 포토맥강 건너 알링턴 국립묘지로 이어지는 원형 광장으로 현재는 잔디광장과 조각상 일부만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활용도가 낮은 땅"이라고 지목하면서 독수리 조각상으로 장식된 독립문을 짓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아치'로 불리고 있다.
백악관 이스트윙 자리에 신축 연회장은 이미 첫삽을 떴다. 트럼프 행정부는 1942년 지어진 이스트윙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약 360만ft³(세제곱피트·약 1만 1940㎥)규모의 대규모 연회·행사 공간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민간 기부금으로 짓겠다고 했지만 공사비가 초기 추산 2억 달러(약 2900억원)에서 현재 6억 달러(약 8700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웨스트윙 옆 아이젠하워 행정관(EEOB)은 백악관과 똑같은 하얀색으로 칠해질 예정이다. 이곳은 1870년대 신고전주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져 국무부(전쟁부)와 해군부 소속 공무원들이 이용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못생겼다(ugly)", "회색은 장례식에나 어울리는 색"이라고 불평했다. 주변 경관 어울리지 않고 백악관과도 상징적인 통일감이 없다는 게 공사 이유다.
이 같은 계획은 수도를 중요도에 따라 3개 구역으로 나눠 기념물 설치를 엄격히 제한한 기념물법(Commemorative Works Act)을 정면으로 위반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백악관을 중심으로 한 내셔널몰은 3개 구역 중 'Reserve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신규 기념물 설치는 물론 박물관, 방문자 센터 건립을 금지하고 있다.
웨스트 포토맥 공원, 메모리얼 서클 등 역사적 기념물이 위치한 나머지 주요 장소는 기념물법에서 '에어리어 1' 또는 '에어리어 2'로 지정하고 있다. 이곳에 신규 기념물 설치시 의회 승인을 받거나 심의 기관에서 "지속적인 역사적 중요성"을 충족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 승인 없이 강행 의사를 밝혔고 모든 건설 계획에서 소송이 뒤르고 있다.
졸속 심의 절차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백악관 연회장의 경우 소관 위원회가 건설 계획을 약 12분간 논의한 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초기 구상부터 최종 시공도면이 확정되기 까지 3개월이 걸렸다. 전 워싱턴DC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인 토마스 갈라스는 "이 정도 규모의 건물은 건축가와 엔지니어가 초기 구상부터 최종 시공 도면까지 18개월에서 2년 정도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필 멘델슨 워싱턴 DC 시의회 의장은 "여기는 국민의 집이지, 도널드 트럼프나 조 바이든, 혹은 차기 대통령의 집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동산 개발 역량을 앞세워 비판 여론을 차단하고 있다. 데이비스 잉글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건축가이자 개발자이며, 미국 국민은 이 프로젝트가 그의 손에 맡겨져 있다는 사실에 안심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