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쪼개진 美 250주년 생일잔치…다양성 지운 자리에 이념·정쟁

둘로 쪼개진 美 250주년 생일잔치…다양성 지운 자리에 이념·정쟁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7.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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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스타일 美 건국 250주년]①
건국 기념물서 다문화·소수자 삭제 논란
의회·백악관 정면충돌…9개 주 행사참여 거부
"내 미국 이런 모습 아냐"…엇갈린 민심

지난 5월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내셔널몰에서 열린 건국 250주년 기념 보수 기독교 기도 모임 '리데디케이트 250'(재헌신 250) 예배에 참석한 미키 라슨-올슨이 지인과 포옹하고 있다. 이 여성은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백악관 지원을 받은 이 행사는 미국의 기독교적 뿌리를 재확인하고 신의 축복을 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열렸으며 전국에서 수천명이 모였다. /워싱턴DC AP=뉴시스
지난 5월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내셔널몰에서 열린 건국 250주년 기념 보수 기독교 기도 모임 '리데디케이트 250'(재헌신 250) 예배에 참석한 미키 라슨-올슨이 지인과 포옹하고 있다. 이 여성은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백악관 지원을 받은 이 행사는 미국의 기독교적 뿌리를 재확인하고 신의 축복을 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열렸으며 전국에서 수천명이 모였다. /워싱턴DC AP=뉴시스

"제가 평생 믿어온 미국은 피부색과 배경이 달라도 하나의 가치 아래 모일 수 있는 나라였습니다. 지금의 건국 250주년 축제는 특정 진영의 승리 선언처럼 느껴집니다. 생각이 다른 이웃을 배제한 생일파티가 무슨 의미가 있나요."

미국 건국 250주년(7월4일)을 나흘 앞둔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은퇴 교사 마이클씨(67)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평생 '이민자의 나라', '샐러드볼'이라는 미국의 가치를 가르쳐왔다는 그는 최근 건국 기념행사를 두고 소외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는 한 사람만의 생각이 아니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명 중 1명이 건국 250주년 행사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0%는 "극단적인 갈등으로 미국이 앞으로 250년을 더 버티지 못하고 분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건국 250주년 축제가 역설적으로 미국 사회의 깊숙한 분열을 드러낸 무대가 된 셈이다.

이런 갈등은 교육 현장에서부터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연방 정부가 주도하는 건국 250주년 기념 조형물과 공공 교육 자료에서 다문화·성소수자·소수 인종 관련 내용이 대거 삭제되거나 축소됐다. 당초 다양성과 포용이 중심이었던 초기 기획안은 미국의 전통적 가치와 애국주의를 훼손한다는 보수 진영의 압박에 지워졌다. 교과서와 기념관에서 유색인종 이민자의 기여도 표현이 줄면서 이민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우리의 역사를 지우려 한다"는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때마침 이란과 전쟁을 치르면서 여론은 더 분열되고 경제적 충격도 안게 됐다. 민주-공화 양당 지지층에 따라 이란전쟁에 대한 의견은 극과극이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일부 인사들이 이란전쟁을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다. 막대한 전쟁비용도 부담이다. 물가상승에 따라 금리인상 압력이 커지고 이는 가뜩이나 재정적자가 큰 미국 정부가 갚아야 할 이자 비용을 늘리게 된다.

지난 5월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메모리얼 데이(현충일)를 맞아 베트남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찾은 한 참전용사가 먼저 간 전몰장병들을 추모하고 있다. 올해 미국 현충일은 건국 250주년과 맞물려 행사의 의미와 규모가 남달랐다. /워싱턴DC AP=뉴시스
지난 5월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메모리얼 데이(현충일)를 맞아 베트남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찾은 한 참전용사가 먼저 간 전몰장병들을 추모하고 있다. 올해 미국 현충일은 건국 250주년과 맞물려 행사의 의미와 규모가 남달랐다. /워싱턴DC AP=뉴시스

의회·백악관 준비 따로…다양성과 통합의 메커니즘 위기

국가의 생일파티를 이끌 사령탑마저 두 조각이다. 연방의회에서 여야 합의로 초당적 준비위원회 '아메리카 250'이 출범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백악관 직속기구로 '프리덤 250'을 따로 세웠다. 의회가 배정한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예산 중 상당액이 백악관 직속 기구로 전용, 여야 공방이 극에 달했다.

정치권의 충돌은 축제의 성격을 180도 바꿨다. '아메리카 250'은 미국의 250년 역사를 성찰하고 다양성을 아우르는 학술·문화 행사를 기획했지만 '프리덤 250'은 애국주의를 과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백악관 앞 UFC 경기 개최나 워싱턴DC 시내 한복판을 질주하는 인디카 레이싱(프리덤 250 그랑프리) 같은 행사로 가득한 무대에서 통합 메시지는 자리를 잃었다.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가 건국기념일을 정치 선거 운동판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민주당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 뉴욕 등 최소 9개 주(洲) 정부가 연방정부의 공식 250주년 축제에 불참하고 자체행사를 따로 연다. 50개 주의 '연방'인 미국에서 주 정부들이 건국기념일을 보이콧하는 초유의 분열이다. 뉴욕타임스 대표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건국 이래 250년 동안 미국을 지탱해온 정체성은 다양성과 이를 하나로 묶어낸 통합의 메커니즘이었다"며 "이민 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이를 정치권력으로 이용하려는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미국이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생일을 맞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 건국 250주년 기념 UFC 경기를 앞두고 구조물이 설치되고 있다. /AFP=뉴스1
지난 5월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 건국 250주년 기념 UFC 경기를 앞두고 구조물이 설치되고 있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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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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