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폭염 녹인 美 250주년 불꽃…"우린 모두 민주주의 등불"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7.05 16:35

뉴욕 강변 범선·에어쇼 축제 한마당
트럼프 "황금기 새벽"…대규모 불꽃쇼
일부 주 박람회 불참…정치적 분열상도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뉴욕 맨해튼 일대에서 진행된 불꽃쇼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뉴스1

"USA! USA!"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밤 9시2분 뉴욕 허드슨강과 이스트강에서 쏘아올린 8만5000발의 불꽃이 하늘을 수놓자 강변에 모인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오후 4시부터 강변을 따라 발 디딜 틈 없이 모여든 인파는 섭씨 40도에 달하는 폭염에도 미국의 250돌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USA"를 연호하는 모습은 다양성과 통합을 바탕으로 발전해온 미국의 역사를 그대로 비춰주는 듯했다.

미국에서도 가장 미국적인 도시, 뉴욕은 이날 거대한 역사 박물관이자 축제의 장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불꽃쇼를 보러온 마이클 로드리게스씨(62)는 "더위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모두 미국 시민이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등불"이라고 말했다.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전 세계 각국에서 파견한 국제 범선이 자유의 여신상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뉴스1

아침 일찍부터 뉴욕 맨해튼 일대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전 세계 각국에서 파견한 40여척의 국제 범선과 군함으로 떠들썩했다. 거대한 돛을 단 수십척의 범선이 자유의 여신상 앞을 줄지어 통과하는 모습은 250년 전 미국의 시작을 떠올리게 했다.

하늘에서는 에어쇼가 시민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미 해군 비행단 블루 엔젤스와 스텔스 폭격기가 뉴욕 상공을 가르며 비행쇼를 선보였다. 프랑스 공군 특수비행팀은 미국 성조기를 상징하는 빨강, 하양, 파랑 연기로 하늘을 물들였다.

수도 워싱턴DC에서도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역대급 규모의 축하 행사가 거행됐다. 낮 한때 체감온도가 섭씨 46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저녁 무렵 갑작스러운 뇌우로 링컨기념관과 워싱턴 기념탑을 잇는 잔디광장 내셔널 몰 일대의 인파가 대피하는 등 소동이 있었지만 축제의 열기를 꺾지는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셔널 몰에서 진행된 기념연설에서 "25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독립선언서가 채택됐던) 1776년의 정신은 우리 모두의 안에 살아 숨쉬고 있다"며 "지금은 미국 황금기의 새벽"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워싱턴 기념탑을 배경으로 펼쳐진 불꽃쇼는 약 40분 동안 85만발 이상의 화약을 쏘아 올리며 기네스북 기록을 경신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트럼프 "황금기의 새벽" 자랑…한편엔 정치분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 후 불꽃쇼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뉴스1

세계 최강대국의 면모를 뽐내는 행사가 이날 미국 전역에서 이어졌지만 화려함 이면에선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심화된 정치적 분열도 감지됐다. 코네티컷, 일리노이, 메인, 매사추세츠, 노스캐롤라이나, 오리건, 펜실베이니아, 로드아일랜드, 워싱턴, 버몬트 등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거나 민주당 주지사가 재임 중인 일부 주가 워싱턴DC 내셔널 몰에서 열린 '위대한 미국 박람회'에 불참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이날 뉴욕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여러분은 오늘 소수지만 목소리는 큰 몇몇 사람들이 미국의 위대함이 아니라 결점만 집요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독립은 언제? =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법적으로 독립한 시점은 양국간 파리 평화조약이 체결된 1783년 9월3일이지만 미국은 그보다 약 7년 앞선 1776년 7월4일을 독립기념일로 정해 기념해왔다. 그날 이른바 '건국의 아버지' 56명이 서명한 독립선언서를 채택했다.

독립선언서에는 당시 패권 국가였던 영국을 이끈 조지 3세의 왕정을 거부하면서 평등하게 창조된 만인이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은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를 수립하고 그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국민의 동의로부터 나온다는 건국 이념이 담겼다. 정부의 권력이 피통치자의 동의에서 비롯되고 모든 시민은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의 독립선언서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 민주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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