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에 내놓은 집, 100억에 팔렸다"...미국판 '셔세권' 집값 들썩

백소희 기자
2026.07.08 14:49

"미국 증시 반등 후 6월 고가 거래 급증" vs 부동산 자산 양극화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이리어 지역의 주택 단지 전경. /사진=AP

#샌프란시스코의 고급 주택가로 꼽히는 퍼시픽 하이츠. 이 지역에서 방 4개 욕실 5개를 갖춘 고급 주택이 399만 5000달러(약 60억 1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일주일 만에 팔렸다. 매매가는 700만달러(약 105억 3000만원)였다.

미국 거대 인공지능(AI)기업들이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고급 주택가를 중심으로 호가를 훨씬 넘어서는 입찰 경쟁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AI기업들의 대규모 자본 조달이 잇따르면서 이 지역에서 고액 연봉자가 속출한 영향이다. 국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셔틀버스가 다니는 역세권, 이른바 '셔세권' 집값이 급등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풀이된다.

7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업체 컴패스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호가보다 100만달러(약 15억원)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된 주택은 140채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1%(44건)가 6월에 몰렸다. 이는 지난 3월 미국·이란 전쟁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S&P500지수가 하락한 후 4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5월 AI 열풍에 힘입어 상승장을 기록했던 미국 주식 시장 상황과 맞물린다.

컴패스는 "4, 5월 주식시장 회복세가 잠재적인 주택 구매자들에게 강력한 '자산효과'로 작용했다"며 "특히 베이 에어리어(Bay Area)에서 AI 붐과 IPO가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베이 에어리어는 구글, 애플, 메타, 오픈AI, 앤트로픽 등 주요 IT 기업 본사가 몰려있는 지역이다. 주식시장에서 자본이 AI기업으로 몰리면서 본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고액 연봉자가 잇따랐다. 기업들이 AI 사업을 확장하면서 일부 엔지니어는 2억5000만달러(약 3760억원)에 연봉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고급주택가로 꼽히는 노에 밸리, 리치몬드, 퍼시픽 하이츠 등은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되면서 매수자들이 경쟁적으로 호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상황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매매 중위가격은 5월 기준 전년 대비 약 17% 상승한 반면 매물량은 약 45% 급감했다. 평균 매매 기간은 18일로 5년 만에 가장 빠른 거래속도를 보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약 10년간 부동산 중개업은 해온 메이슨 맥도웰은 뉴욕타임스(NYT)에 지난해 10월부터 현금 매수 수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집값이 500만달러 이상이면 전액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구매자는 대부분 AI기업의 직원이었다. 오픈AI와 앤프로픽이 연이어 IPO(기업공개)를 예고하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자산 양극화...뉴욕시는 임대료 동결

다만 이 같은 활황은 일부 AI 관련 종사자에 국한됐다는 지적이다. 임대료 및 집값 상승으로 주택난을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부동산 정보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3~5월 샌프란시스코의 중간 가격대(35~65%) 주택은 호가 대비 약 12% 상승했다. 이는 미 전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컴패스의 수석 경제학자인 마이크 세몬센은 가디언에 "치솟는 임대료가 다시 일상이 됐다"며 "주택 시장이 소득 계층, AI 기반 고용 중심지와의 근접성에 따라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AP/뉴시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이 31일(현지 시간) 옛 지하철역에서 비공개 취임 선서를 한다. 사진은 맘다니가 지난달 5일 뉴욕 퀸스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2025.12.31. /사진=권성근

올해 임대료를 동결한 뉴욕시와 대비된다. 조란 맘다니 시장은 주요 공약이었던 임대료 동결을 현실화시켰다. 미국 뉴욕시 임대료 위원회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2년 계약 임대료 인상률을 0%로 결정했다. 적용기간은 올해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적용대상은 뉴욕시 전체 아파트의 40%가 넘는 100만 가구다.

부동산 업계는 "보험료, 유지 보수비, 세금 및 기타 비용 등 재정적 부담이 증가하면서 일부 임대인들이 심각한 재정 압박에 처해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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