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회계연도 미국 국방수권법안(NDAA)이 22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없도록 제한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 하원 사무처에 따르면 하원 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마이크 로저스 공화당 하원의원이 발의한 NDAA가 이날 찬성 216, 반대 212로 하원을 통과했다.
2027회계연도 NDAA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에 동원할 수 있는 예산을 대폭 감축했다. 2026회계연도 NDAA는 이 법이 승인한 예산을 주한미군 감축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2027회계연도 NDAA는 다른 법안에 의해 배정된 예산도 주한미군 감축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그러나 지난 4월 유럽의 자력방위를 강조하며 주독미군 감축 계획을 한 것 때문에 주한미군까지 감축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방안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당시 백악관은 보도를 부인했다.
또 2027회계연도 NDAA에서 미 하원은 "미국 선박 건조 능력을 향상시키고 방위산업 기반을 굳히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권고했다. 하원 권고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아울러 2026회계연도 기준 9000억달러(1320조원) 수준인 국방비 지출을 1조1500억달러(1680조원)로 증액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로저스 의원은 "4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억지력 유지에 지출되는 비용을 제대로 반영한 예산안이 제시됐다"며 "수십년간 투자 부족 문제로 미군이 입은 피해를 되돌릴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 하원 세출위원회 간사 로사 델라우로 민주당 하원의원은 "NDAA는 매년 초당적 합의로 통과시켰던 법안"이라며 "본래 NDAA는 국가 방위를 목적으로 하는 비정치적 논의 주제였으나 지금은 일부 극단적인 공화당 의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당파적 법안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NDAA 하원 처리 과정은 험난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공격과 국방예산 증액 요구를 비난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은 투표 시 유권자 신분 확인 절차를 강화하자는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을 함께 처리하라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을 관철시키겠다고 맞섰다.
국방부 호칭을 전쟁부로 바꾸는 것도 쟁점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부 명칭을 전쟁부로 바꾸겠다고 지난해 발표했으나 행정부처 명칭 변경은 의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안이다. 이번에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은 전쟁부 명칭 변경을 승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27회계연도 NDAA가 확정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상원에 계류 중인 법안까지 통과돼 두 법안이 양원 협의위원회로 넘어와야 한다. 협의위회에서 하원 법안과 상원 법안을 통합해 하나의 NDAA를 재작성한 다음 양원 표결을 다시 거쳐야 NDAA가 확정된다.
상원 법안은 민주당 반대로 표류 중이다. 하원에서 합의된 규칙에 따라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을 NDAA와 통합 표결하기로 한 것도 상원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