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욱의 The 밀리터리] 충남급 호위함 관심, 마스가 시험대
![[에비앙=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에비앙 G7 정상회의장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2026.06.16. photocdj@newsis.com /사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7/2026072011022463880_1.jpg)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후 미국 국방부(전쟁부)와 해군은 한국 조선 3사(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에 전투함과 중형급 급유함 건조 역량을 묻는 정보요청(RFI)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 조선업계 역량을 미국이 공식적으로 타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미 국방부가 여러 함종 가운데 유독 한국 해군의 최신예 호위함인 '울산급 배치-Ⅲ'(충남급)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세계 최강 항공모함 전단과 이지스 구축함을 가진 미국이 왜 하필 3600톤급 호위함에 먼저 눈을 돌렸을까.
호위함(FFG)과 구축함(DDG)은 흔히 "크기가 작으면 호위함, 크면 구축함" 정도로 표현하지만 임무의 결이 다르다. 구축함은 이지스 전투체계와 대형 수직발사기(VLS)를 갖추고 항모 전단을 호위하며 원해에서 대공·대잠·대함 임무를 전방위로 수행하는 다목적 주력함이다. 반면 호위함은 배수량 2000~4000톤급으로 몸집을 줄이는 대신 건조 단가와 승조원 운용 부담을 낮춘 함정이다. 연안 경비·해상교통로 보호·대잠 초계 등의 임무를 맡는다. 구축함이 '함대의 창'이라면 호위함은 '바다 곳곳을 지키는 방패'에 가깝다.
미 해군은 방패 역할을 할 함정이 사실상 무력화됐다. 냉전 이후 페리급 호위함을 순차 퇴역시키면서 저비용 다목적 소형 전투함을 연안전투함(LCS)으로 대체하려 했지만, LCS 사업은 방탄력·무장 부족과 기체 결함 논란 속에 조기 퇴역했다. 그 결과 미 해군의 함대 구성은 항공모함과 이지스 구축함·순양함 같은 고가의 대형 함정에 쏠려 있다.

저비용으로 확보해 곳곳에 배치해야 할 중형 호위함 전력에는 사실상 공백이 생겼다. 항모 전단이 태평양 한쪽에 묶여 있는 사이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벌어지는 저강도 위협과 해상교통로 방어, 동맹국 연합훈련 소요를 감당할 '숫자'가 부족해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자국 조선업 쇠퇴로 함정 건조 자체가 지연되는 이른바 '조선 능력 위기'에 처해 있어, 신조함을 자체 조달만으로는 제때 채우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공백은 미국과 중국의 해군력을 나란히 놓고 보면 더 선명해진다.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의 2026년 최신 집계에 따르면 종합 군사력 지수에서는 미국이 세계 1위, 중국이 3위지만 함정 척수를 기준으로 한 해군 전력만 떼어놓고 보면 사정이 정반대로 뒤집힌다. GFP 집계상 중국의 전체 함정 보유 척수는 841척으로 미국의 465척을 크게 앞선다. 특히 호위함 부문에서는 중국이 46척을 보유한 반면 미국은 0척으로 집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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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이 구축함(83척)과 잠수함(66척), 항공모함(11척)에서는 여전히 중국(구축함 53척·잠수함 61척·항모 3척)을 앞서지만, 정작 다수의 저비용 함정으로 광범위한 해역을 촘촘히 커버해야 하는 호위함·초계함급 전력에서는 중국에 확연히 밀리는 셈이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작전과 훈련을 상시로 벌이는 미국으로선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미국이 자국 조선소가 아닌 한국 조선업체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나온다. 미국 조선업은 상선·군함을 막론하고 건조 능력과 숙련 인력이 오랜 기간 위축돼 신조함 한척을 진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있다. 반면 한국은 상선 건조 세계 1위권 경쟁력을 바탕으로 군함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동시다발 건조 역량과 검증된 설계·양산 실적을 갖추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조선소 재건에는 시간이 걸린다. 당장 함대의 구멍을 메울 호위함을 가장 빠르고 신뢰할 수 있게 확보하는 방법이 한국 조선업체에 달려있는 셈이다.
한국 해군의 호위함 역사는 1980년 당시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세대 울산급 호위함이 처음 취역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노후화된 울산급과 초계함을 대체하기 위해 2000년대 들어 '차기호위함(FFX)' 사업이 단계별로 추진됐다. 1단계인 인천급(FFG-Ⅰ, 2500톤급)이, 2011년부터, 2단계인 대구급(FFG-Ⅱ, 3100톤급)이 2016년부터 순차 취역했다. 이 두 사업으로 각각 6척과 8척이 전력화됐다. 3단계 사업인 충남급(FFG-Ⅲ, 3600톤급)이 2024년 12월 선도함 충남함의 인도를 시작으로 한국 해군의 최신예 주력 호위함으로 자리 잡았다.
충남급이 미국의 눈길을 끈 이유는 성능에 있다. 길이 129m, 경하배수량 3600톤급인 충남급은 앞선 대구급보다 몸집을 키우는 대신, 복합센서마스트에 360도 전방위 탐지·추적이 가능한 4면 고정형 다기능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해 '미니 이지스함'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회전식 레이더를 쓰던 인천·대구급과 달리 사각지대 없이 다수 표적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에 함대공·함대함·함대지 유도탄을 함께 탑재해 대공·대함·대잠·대지 임무를 한척으로 소화한다. 대잠 능력도 대폭 강화돼 소형 함정임에도 사실상 소형 이지스함에 준하는 전투력을 갖췄다. 미국이 자체 개발 대신 이미 실전 배치돼 검증까지 끝낸 이 설계를 탐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여기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상선과 잠수함, 이지스 구축함까지 아우르는 대형 조선소 인프라와 설계 인력을 함께 갖추고 있다. 다수의 함정을 정해진 납기 안에 동시 건조해낼 수 있는 역량도 이미 충남급 사업을 통해 검증된 상태다.
결국 이번 RFI는 단순한 시장조사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1500억 달러를 조선 협력에 투입하기로 합의하며 시작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이제 도면 위의 구상에서 실제 발주 여부를 가늠하는 실무 단계로 넘어갔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RFI 자체는 계약이 아니라 가격·납기·기술 정보를 파악하는 사전 절차에 불과하지만, 미국 정부와 군이 한국 조선소를 상대로 이런 절차를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군함 10척'을 거론한 지 한 달 만에 실무 부처의 구체적 문의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정상 간의 립서비스가 아니라 실제 조달 검토가 병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자국 조선업 재건이라는 장기 목표를 세워둔 상황에서 당장 함대의 빈틈을 메울 호위함을 한국에 맡길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협력이 향후 구축함·잠수함급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할 첫 시험대가 충남급 정보요청인 셈이다. 미국은 자국 조선업 부활이라는 명분과 당장 함대 전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 접점에서 한국 조선업체가 실질적인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가 이 시험을 통과한다면 마스가는 정치적 구호를 넘어 실제 수주로 이어지는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