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우디 원자력 협정 하루만에 난관…트럼프 "이스라엘과 화해 조건"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7.24 06: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025년 11월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 참석해 나란히 서 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민간 원자력 협정(123 협정) 승인 조건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제시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 수립에 합의한 일련의 협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자력 협정을 승인할 것"이라며 "이는 전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존중받고 성공적인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고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지 않으면 원자력 협정 역시 무산될 것이라고 대통령이 말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정은 아브라함 협정 가입이 전제"라고 재확인했다.

이스라엘에서는 곧바로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브라함 협정에 동참하는 것은 중동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도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 체결 하루만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조건으로 내걸면서 이번 협정이 초반부터 난관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문제가 어느 정도 풀려야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의 자체 핵물질 농축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것도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단언은 이번 협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자체 핵물질 농축·재처리가 잠재적으로 허용되면서 무기급 핵물질 생산 가능성이 불거졌다는 우려를 의식한 언급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와 CNN 방송은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당국자들의 설명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핵연료 생산의 경제성에 관한 공동 연구를 2년 동안 실시한 뒤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영토에서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플루토늄을 재처리하는 것이 허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 이번 협정의 특징"이라고 보도했다. 미 에너지부는 이날까지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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