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 처리한 시신을 전시하는 '인체의 신비전'(Body Worlds)을 기획한 독일 해부학자 군터 폰 하겐스 박사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27일(현지 시간) BBC·프랑스24 등 외신에 따르면 하겐스 박사의 가족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하겐스가 뇌출혈로 쓰러져 독일 하이델베르크 한 병원에 입원한 지 하루 만인 지난 금요일(24일)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겐스 박사는 약 20년간 파킨슨병 투병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하겐스는 생전 자신의 시신을 '플라스티네이션' 처리해 달라는 뜻을 밝혔다"며 "우리는 그의 뜻을 존중하고 그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플라스티네이션'은 하겐스 박사가 개발한 시신 보존 기법으로, 시신 내부의 수분과 지방을 깨끗하게 제거한 뒤 실리콘 에폭시나 합성수지 등 반응성 플라스틱을 주입해 마치 살아있는 상태와 같은 모습으로 보존시키는 방법이다.
해당 기법으로 인체 전신을 보존 처리하는 데 성공한 하겐스 박사는 1990년대 '인체의 신비전'을 열었다. 이 전시회는 전 세계적으로 5800만명 넘는 관객을 모았고 2002년 한국에서도 약 170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겐스 박사는 모든 시신은 기증받은 것이라고 밝혔지만 중국 사형수들 시신을 사용한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인간 존엄성을 모욕하고 도덕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에 일부 국가에선 아예 전시가 금지되기도 했다.
하겐스 박사의 동료들은 그를 "해부학을 일반 대중에게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든 선구자이자 연구자, 발명가"라고 칭송했지만, 비평가들은 그가 "관음증적이고 죽음을 이용해 상업적 이익을 취했다"며 비난했다.
하겐스 박사의 아내 안젤리나 월리는 "군터는 사람들에게 피부 아래를 들여다볼 기회를 주고 싶어 했다. 이는 자기 몸에 대한 지식이 건강하고 책임감 있는 삶에 기여할 수 있다는 깊은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의 업적은 과학적이면서도 교육적이었고, 동시에 매우 인본주의적이었다"며 "그는 수백만명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이끌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