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의 죽음 [PADO]

PADO 국제시사문예지
2026.08.01 05:52
[편집자주] 대사의 정식 명칭인 '특명전권대사'란 국가원수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외교관을 의미합니다. 인편으로 본국에 전갈을 보내야 했던 근대 이전 세계에는 필요한 제도였지만 임지에서도 본국 행정부 수반과 실시간 통신이 가능해진 오늘날에 그런 '전권'을 행사하는 외교관은 극히 드뭅니다. 전통에 기반한 외교관 제도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개편해야 할 필요성은 모두들 공감하겠지만 트럼프 2.0 시대의 미국 국무부는 그보다 훨씬 급진적인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 사안을 다룬 7월 14일자 기사의 헤드라인에 '명복을 빈다'(RIP)는 도발적인 문구를 단 까닭입니다. 직업 외교관들을 외면하고 대통령의 측근들을 대거 공관장에 임명하는 것 뿐만이 아닙니다. 미 국무부 전체 인원은 20%이상 줄었다고 합니다. 트럼프를 위시한 MAGA 세력은 기존의 직업 외교관들이 특정 이념에 편향되어 행정부에게 잘못된 조언을 일삼는, '딥스테이트'의 일원이라고 경멸합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외교의 성과를 살펴보면 새로운 접근법이 과연 효과적인지 의문이 듭니다. 미국은 원래부터 직업 공무원에 대해 의심을 품어 왔고, 가급적 선출직 공직자나 이러한 선출직이 지명한 정무직으로 행정을 이끌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선출직과 정무직만으로는 금융이나 기술, 외교 같은 분야의 복잡함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경험'을 통한 '전문성'이 관건입니다. 유럽과 미국, 일본, 중국 정치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경제는 어떤 상황인지, 그들 나라와 우리나라는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는 오랫동안 지켜보고 관여한 사람들이 잘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세계 최강대국답지 않은 투박함을 보여주고 있긴 하나, 트럼프 2.0 시대 미국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국제정세 속에서 피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트럼프의 시대가 저물고 나서도, 심지어 미국 민주당이 정권을 탈환하더라도 (FT도 기사 말미에서 주지하고 있듯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갈 수 없는 일입니다. 새로운 외교의 시대에서, 결국 각국의 외교관들은 자신들이 외교에 관심이 있는 정치가, 학자, 언론인들보다 더 '전문가'임을 증명해보여야 할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7월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중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대동한 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야심 있는 미국 외교관이라면 지금이야말로 새 자리를 노려볼 만한 때다.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그렇다. 6월 말 기준으로 미국 대사 자리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독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주요국 공관도 여기 포함된다. 아프리카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특히 기회다.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미국 대사관 가운데 80% 가까이가 대사 없이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미 국무부 안에서 외교관들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백악관에 복귀한 이래 직업 외교관들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들을 두고 "아주 어리석은 외교정책 기득권층"이라고 부른 바 있다.

국무부는 세계 속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얼굴이자 때로는 기세등등한 집행자로서 해외에서 각별한 예우를 받는 데 익숙하다. 냉전이 끝난 뒤 미국 대사와 특사들은 제국이 파견한 총독에 버금가는 권위로 주재국을 좌지우지하곤 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출범 18개월이 지난 지금 국무부는 뒷전으로 밀려난 정도가 아니라 포위당한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0년간의 관행을 저버리고, 통상 전체 대사관의 3분의2 이상을 맡아온 직업 외교관들을 밀어냈다. 2기 들어 지명한 대사 후보 101명 가운데 직업 외교관은 9명에 그쳤다.

국무부에 대한 대대적인 감축 또한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래 국무부 인력은 3000명 넘게, 전체의 20% 이상 줄었다.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물갈이가 관료적이고 현실 감각을 잃은 정부 조직을 손보는, 진작 했어야 할 개혁이라고 설명한다. 국무부가 미국의 국가안보 목표 달성을 돕는다는 본연의 목적을 잊고 걸림돌 노릇을 해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외교관들은 지역 전문성을 업신여기는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 문화 속에서 노골적인 정치화와 전문가 숙청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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