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크포인트]지브롤터 관문서 '이민 vs 반이민' 상징 된 스페인 세우타

김종훈 기자
2026.08.04 16:11

수만명 대량 입국시도 '배후설'까지

30일(현지시간) 모로코에서 스페인 세우타까지 바다를 헤엄쳐온 이민자들이 불법 입국을 시도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지난달 30일(현지시간) 5만~6만명이 모로코에서 무단 입국을 시도한 스페인 세우타는 북아프리카 국가 모로코의 북단 끄트머리에 위치했다. 스페인 영토이지만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스페인 본토와 떨어져 있다. 북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지브롤터 해협의 관문같은 위치여서 고대부터 해상 요충지로 꼽혔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유럽에서 번지는 반(反)이민 정책과 EU(유럽연합) 내부 갈등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가 됐다.

하루 만에 수만명 몰리자 원인 두고 의혹 증폭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2021년 8000~1만명이 세우타에 몰린 적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처럼 하루에 수만명이 들어온 건 이례적이다. 스페인과 모로코의 오랜 정치외교적 갈등이 한 배경으로 꼽힌다. 2021년에도 스페인이 모로코와 적대적인 미승인국가 사하라아랍민주공화국을 인도적으로 돕자, 모로코 정부가 국경통제를 완화했고 이민자들이 이번처럼 바다를 헤엄쳐 세우타로 들어왔다.

지난달 스페인 대법원이 내린 이민자 관련 판결이 도화선이란 시각도 있다. 2014년 11월 알제리 국적 남성이 모로코에서 바다 헤엄으로 세우타 진입을 시도한 사건 관련 스페인 대법원은 육로 입국과 달리 모로코로 즉시 송환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바다로 들어와도 신원 확인 후 송환되는 건 마찬가지지만 얼마간은 스페인에 머물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의 경우 망명을 신청하면 몇 달, 길게는 몇 년까지 스페인 체류가 가능하다.

게다가 이민에 유화적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스페인 정부는 지난 4월 불법 이민자 50만명에게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이 프로그램에 지원자 100만명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산체스 "EU 아무것도 안해" 폰더라이엔 "처음부터 지원 제안"
31일(현지시간)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세우타에서 발언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페인과 유럽 간 갈등은 더 심해질 수 있다. EU 22개국 정상은 1일 "불법 입국이 합법 거주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를 보내선 안 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산체스 총리의 친이민 정책이 화를 불렀다는 취지다. 특히 이민에 강경한 우파 성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스페인에 대해선 역내 자유통행 협정인 쉥겐 협정의 적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산체스 총리는 EU가 불법 이민 문제를 스페인에 떠넘긴 채 아무 지원도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우르줄라 폰더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는 처음부터 스페인에 지원을 제안했다"고 반박했다. 스페인 당국은 불법 입국을 시도한 이민자 대다수가 모로코로 돌아갔다고 밝힌 가운데 최소 72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카리마 베냐이치 스페인 주재 모로코 대사는 '모로코 배후설'에 대해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다.

대서양-지중해 관문 세우타…모로코, 영유권 주장

이 지역은 지중해 고대 문명 페니키아, 북아프리카 도시국가 카르타고를 거쳐 로마 제국의 지배를 잇따라 받았다. 7세기 말 8세기 초 북아프리카에서 세력을 넓히던 이슬람 세력이 점령한 후로 700년 간 이슬람 제국이 통치했다.

15세기 초 포르투갈 국왕 주앙 1세가 세우타를 점령했으나 16세기 세바스티앙 1세 이후 후사가 끊기면서 주인이 스페인으로 바뀌었다. 세바스티앙 1세의 외삼촌인 당시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가 포르투갈 왕위를 이으면서 세우타까지 차지한 것이다. 1640년 포르투갈이 독립 전쟁을 일으켰을 때 세우타 귀족과 주민들은 스페인에 남기로 결정했다.

세우타는 1668년 리스본 조약을 통해 스페인 영토인 점이 공식화됐다. 1956년 프랑스 및 스페인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모로코는 세우타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스페인은 모로코가 건국되기 수백 년 전부터 세우타는 스페인 영토였다며 이를 거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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