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유엔 연설에서 "적국 조항 이미 사문화…삭제해야" 주장

다카이치, 유엔 연설에서 "적국 조항 이미 사문화…삭제해야" 주장

유효송 기자
2026.09.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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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2025년 10월21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연설하고 있다/AP=뉴시스 /사진=유세진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2025년 10월21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연설하고 있다/AP=뉴시스 /사진=유세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에 대한 유엔(UN) 창설국의 군사 행동권을 규정한 '적국 조항' 삭제를 요구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유엔 헌장의 적국 조항 삭제를 주장했다. 이번이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 뒤 첫 유엔총회 연설이다.

적국 조항(제53조·제107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승전국들이 독일, 일본 등 패전국의 군사 도발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승인이나 선전포고 없이도 군사적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규정이다.

일본은 현재는 사문화된 규정이지만, 문구 자체가 남아 있어 중국이나 러시아 등 주변국이 영유권 분쟁이나 군사적 대립 상황에서 대일 압박 및 군사적 조치의 명분으로 끌어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내놓은 뒤 중국은 이 조항을 근거로 일본에 대한 군사적 대응 정당성을 주장한 바 있다.

또 유엔 헌장에 여전히 잠재적 '전범국'이자 '적국'으로 낙인찍혀 있는 상태를 벗어나 완전한 주권국가이자 '보통국가'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도 있다.

아울러 다카이치 총리는 국제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금만큼 유엔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 사법기구를 일관되게 지지해 왔으며 판사를 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ICC 제재 조치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안보리와 관련해서는 상임·비상임 이사국 모두를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국제질서 불안정의 대표적 사례로는 국제 공공재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위협받고 있는 점을 꼽았다. 연설에서는 특히 에너지와 핵심 물자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방점을 찍었으며, 중국의 행보를 염두에 둔 듯 '자의적인 수출 규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아시아의 에너지·자원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파워 아시아' 구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비용 부담 없이 모든 선박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는 환경은 중동의 안전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의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어 걸프 지역 국가들과 경제·에너지 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포괄적 협력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가스관 구축 및 중동 국가 대상 금융 지원 등이 포함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걸프 국가 간 연계를 한층 강화해 세계적인 에너지 안정 공급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핵심 광물 공급망 단절에 대응하는 국제 협력 체계 구축을 제안했는데, 이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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