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모로코 배후설'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북아프리카 도시 세우타로 약 6만명 가까이 한꺼번에 이동하며 초래된 국경 위기가 하루 만에 상당 부분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후에 모로코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사태 발생 이틀째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저녁 기준 세우타 무단 입국자 중 최소 4만8000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모로코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후에 모로코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모로코가 알제리와 협력을 강화키로 한 최근 스페인 정부의 행보에 불만을 품었다는 의혹이다. 모로코와 알제리는 서사하라 영유권 분쟁을 두고 수십년간 외교적 마찰을 빚어왔다.
서사하라는 1975년까지 스페인의 지배를 받다가 식민 당국이 모로코와 모리타니아에 이양한 지역이다. 스페인은 2022년 서사하라 독립 운동 단체인 폴리사리오 전선의 반발에도 모로코의 영유권 주장을 지지했다. 그러면서 폴리사리오 전선을 지원하는 알제리와 외교적 마찰을 빚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의 최근 알제리 방문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20일 알제리를 방문했는 데 스페인 정부 수반이 알제리를 방문한 건 4년 만이다. 스페인이 경쟁 관계에 있는 알제리와 외교 관계를 회복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모로코가 자국의 영향력을 강조하고 유럽 국가들 간의 분쟁을 촉발하기 위해 이번 사태를 의도적으로 부추겼다는 의혹이다.
이탈리아 국제정치연구소의 마테오 빌라 이민 연구원은 "보통 한 달에 수백 명씩 오는 사람들이 하룻밤 사이에 5만 명이나 몰려들지는 않는다. 산체스 총리가 알제리를 방문한 것은 모로코가 달가워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정치적인 요인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모로코는 국경 통제 완화가 유럽에서 과잉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며 "자신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로코 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유럽 내부에서도 충격을 줬다. 스페인 내 극우 정당은 산체스 총리의 이민자 포용 정책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비난했고, 극우 정당이 집권 중인 이탈리아는 일시적으로 유럽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규정한 솅겐 조약 적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에서도 산체스 정부에 즉각적인 상황 통제를 촉구하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세우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페인의 영토 보전 침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갑작스러운 이민자 유입의 원인이 불법 이민자들을 즉시 본국으로 송환할 수 없다는 내용의 루머를 퍼뜨린 데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대법원은 최근 해상으로 도착하는 이주민을 즉각 추방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독자들의 PICK!
스페인령 세우타는 스페인령 멜리야와 함께 아프리카 대륙과 인접해 있어 유럽 국가로 갈 수있는 유일한 육로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난민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입국 지점이 됐다. 2022년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 약 2000명이 모로코에서 멜리야로 국경을 넘으려다 23명이 사망했다. 2014년에는 세우타 해안에서 200명이 국경 울타리를 넘거나 방파제를 헤엄쳐 건너려다 14명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