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법무·내무 이사회 소집
"불법입국 가능 오인 막아야"
67명 사망… 대부분 돌아가
즉각추방 금지 판결 도화선
모로코 방조·미국 개입설도

북아프리카 내 스페인 자치령 세우타에 하루 6만명 수준의 모로코 이주민이 몰려든 전대미문의 사태를 두고 유럽연합(EU) 지도부가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국경 위기대응을 위한 공동대책 마련에 나선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일을 선거의 쟁점으로 활용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스페인과 갈등 중인 그가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지만 현재로선 관련 근거가 없다.
올 하반기 EU 의장국을 맡은 아일랜드의 미할 마틴 총리는 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오는 4일 EU 법무·내무 이사회 긴급 화상회의를 소집해 세우타 상황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이탈리아, 독일, 헝가리 등 EU 22개 회원국과 당사국인 스페인이 긴급소집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 22개국 정상은 서한을 통해 "EU에 불법으로 입국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줘선 안되고 불법입국이 합법적 거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를 줘서도 안된다"며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번 일을 영토주권 침해로 표현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외부 국경안보는 최전선 국가만의 책임이 아니라 모든 회원국의 책임"이라며 긴급회의 개최를 촉구했다. 특히 그는 이번 사태 당시 이탈리아가 이주민 유입을 우려해 스페인과의 해상·항공국경을 폐쇄하는 등 강경조치를 단행한 데 대해 "유럽법과 인도주의적 법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연대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유럽의 장기적 이익과 가장 기본적인 상식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주민 8만3000여명의 소도시 세우타엔 지난달 30일부터 24시간 동안 6만여명의 모로코 이주민이 몰려들었다. 육로와 해로를 통해 인파가 몰려드는 과정에서 익사, 압사 등 이유로 최소 67명이 사망했다. 1일 현재 이들은 대부분 자국으로 돌아갔다. 스페인 정부는 유사한 사태를 막기 위해 해상에 500m 길이의 부유식 차단벽을 설치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외교가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프랑스 르몽드는 최근 스페인 대법원이 해상으로 국경을 넘은 이민자에 대한 즉각 추방을 금지한 판결이 도화선이 됐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내 극우정당은 산체스 총리의 이민자 포용정책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비난했다.
모로코 당국의 방조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모로코가 스페인·알제리 협력강화에 불만을 품은 게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알제리와 모로코는 19세기부터 스페인령 식민지가 있던 서사하라 지역을 두고 수십 년째 분쟁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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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트럼프 배후설'도 제기한다. 일부 스페인 정치인은 이란전쟁에서 스페인이 미국에 협조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모로코를 움직여 스페인 정부를 흔들려 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 동안 스페인을 맹렬히 비난했고 최근엔 무역관계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면서도 "세우타 사태에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고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주재한 내각회의에서 "스페인에서 벌어진 재앙을 지켜봤다"며 "공화당이 당선되지 않는다면 같은 일이 미국에서도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오는 11월3일 중간선거(한국의 총선)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