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생명선' 라인·도나우강 최악 위기…원전 멈추고 공장 셧다운

윤세미 기자
2026.08.04 14:40

유럽 주요 강이 폭염과 가뭄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유럽 경제가 마비되고 있다. 유럽의 강은 물류·발전 등 산업에 미치는 역할도 막중한데 수위가 기록적으로 낮아지자 물류, 전력 공급, 제조업까지 위기에 빠졌다.

3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뒤스부르크에서 선박 한 척이 바닥이 드러난 라인강을 지나가고 있다./AFPBBNews=뉴스1
라인강 수위 역대 최저…화물 줄이고 운송료 급등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카우브 지점의 라인강 수위는 3일(현지시간) 24㎝로 측정됐다. 1880년 공식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독일 당국은 이번 주 후반 이곳의 수위가 20㎝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카우브는 라인강 중류에 위치한 병목 구간 중 하나로, 독일 남부와 스위스로 향하는 물류의 핵심 통로다. 강 폭이 좁고 수심이 얕아 라인강 전체 운항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점으로 여겨진다. 수위가 낮아지면 화물선은 좌초 위험 때문에 적재량을 줄여야 하고 비용과 시간이 늘어난다. 지금도 수위 저하 때문에 평소 적재량의 20~30%만 싣는 실정이다.

블룸버그는 네덜란드 항구도시 로테르담에서 독일 카우브를 지나 카를스루에까지 경유(디젤)를 운송하는 비용이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라인강은 석유 및 화학 제품, 석탄, 철광석, 곡물 및 컨테이너 상품을 운송하는 유럽의 핵심 내륙 수송로다. 일부 화물은 철도로 운송할 수 있지만 대체 경로를 찾더라도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용 증가는 아시아와 북미 경쟁국 대비 유럽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독일 철강업체 티센크루프는 라인강 수위 저하로 주요 바지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뒤스부르크 용광로 가동을 줄였다. 소형 용선 선박을 임차해 대체 운송에 나섰지만 원자재 공급 차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럽 라인강과 도나우강/사진=AI 생성 이미지
바닥 드러낸 도나우강…전력 아끼려 車공장도 셧다운

가장 뚜렷한 변화는 도나우강(다뉴브강)에서 나타나고 있다. 도나우강은 올여름 기록적인 저수위로 강바닥이 드러나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탄과 그보다 오래된 매머드 뼈까지 강바닥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주엔 불가리아의 크루즈선이 도나우강에서 운행하다 모래톱에 좌초돼 승객 168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수위 저하로 원전의 냉각수 공급도 차질이 생겼다. 헝가리 유일 원전인 팍스 원전은 44년 역사상 처음으로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팍스 원전은 현지 전력 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팍스 원자력 발전소의 라슬로 나기 부소장은 보통 도나우강 수위가 연중 가장 낮아지는 시기는 8~9월이라면서 수위가 적정선을 찾더라도 원전 재가동까진 일주일이 더 소요된다고 말했다. 헝가리가 자국 최대 에너지 자산을 2개월 이상 가동하지 못할 수 있단 의미다.

헝가리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 전력을 끌어와 부족분을 메울 수는 있지만 전력 부족으로 전력 도매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기업과 가계에 에너지 사용을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루마니아도 유일한 원전인 체르나보다 원전이 냉각수 부족으로 원자로 2기 중 1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또한 나머지 원자로의 가동을 유지하기 위해 해군을 동원해 물길을 막고 있던 암반을 폭약으로 폭파해 물 흐름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전력난에 공장도 멈춰서고 있다. 루마니아 정부는 미국 포드가 투자한 '포드 오토산'과 르노 산하 '다치아'의 조립라인을 이달 말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두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약 200메가와트(MW)의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가뭄 장기화되나…기업 투자 위축·성장률 둔화 우려

전문가들은 유럽이 폭염에 시달리는 가운데 강수 부족까지 겹치면서 주요 하천의 수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류 차질과 전력난, 제조업 생산 감소가 장기화할 경우 유럽 경제의 부담도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캐피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 신흥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하면 정부의 전력 부문 지원 부담이 커지고 제조업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면서 "전력 공급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생기면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카르스텐 브제스키는 가뭄으로 인한 혼란이 조속히 해소되지 않으면 독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이전에 예측했던 0.8%가 아닌 0.5%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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