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천문학적 규모의 달러가 오고 가는 뉴욕의 금융 중심지 월가를 노린 사이버 공격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월가 주요 헤지펀드들이 최근 연쇄적인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됐다고 보도했다. 해커들은 포인트72 자산운용, 시타델, 투 시그마 인베스트먼트 등의 내부 정보시스템 침투를 시도했다.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이들 기업의 기밀 거래 정보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해커들은 직장 동료의 실제 목소리를 흉내 내 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을 활용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 척 접근해 경계심을 풀게 만들어 기밀 정보를 빼가는 수법이다. IT 서비스팀 직원으로 속여 회사 내부 시스템 접속에 필요한 인증 애플리케이션의 로그인 정보를 빼내려 한 사례도 있었다고 FT는 전했다.
현재까지 이로 인한 기밀 정보 유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72 자산운용은 5일 투자자들에게 현재까지 고객 정보가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투 시그마는 해커의 민감 정보 탈취 시도를 차단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투 시그마 대변인은 "우리 보안팀은 보이스피싱 공격 시도에 신속히 대응했으며, 현재까지 데이터나 시스템이 영향을 받았다는 징후는 없다"고 전했다.
증권업을 감독하는 미국 금융산업규제청(FINRA)도 이번 사례를 주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FINRA는 지난 3월 금융업계를 위협하는 사이버 공격에 공동 대응하자는 차원에서 금융정보 융합센터(FIFC)를 출범했다. AI 기술 발전으로 금융 기업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갈수록 정교해지는 데 대응하려는 조치다.
헤지펀드를 위한 IT 솔루션 기업을 운영하는 비노드 폭은 지난 1년간 월가에서 AI를 활용한 해킹 시도가 크게 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전에는 표적 공격으로 50개 기관을 노릴 수 있었다면, 이제는 1000개 기관까지 공격할 수 있다"며 "해커들은 전화 통화를 도청한 뒤 AI로 상대방의 목소리와 말투, 표현 방식까지 모방해 가짜 전화를 돌린다"고 말했다.
구글의 사이버 보안 조직도 지난 6월 블로그를 통해 로펌과 기타 전문 서비스 기업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해당 공격 역시 보이스피싱 수법이 주로 활용됐다. 해커들이 IT 부서 직원으로 가장해 실제 회사 사무실에 들어가는 사례도 있었다.
IT 솔루션 기업 앤티테시스의 윌 윌슨 대표는 "오랫동안 금융업계가 비교적 허술한 소프트웨어 보안 관행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공격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극소수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AI 기술의 가장 두려운 점은 이런 공격 기술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중화했다는 것"이라며 "모든 기업이 보안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