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일에 대한 애정을 잃었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PADO]

PADO 국제시사문예지
2026.08.15 05:00
[편집자주] 같은 나라에서 같은 말을 쓰고 살았어도 좁히기 어려운 게 세대차입니다. 너무나 빨리 변해온 한국 사회의 여러 맥락을 무시하고 우리는 너무 쉽게 오늘날의 20대 청년들을 재단하는지도 모릅니다. 저널리스트 에미 닛펠드의 뉴욕타임스 7월 23일 기고문은 그런 측면에서 보기 드문 미덕을 보여줍니다. 위탁가정을 전전하고 때론 노숙까지 하면서 공부를 해 하버드대에 들어가고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일했던 닛펠드의 입장에서 미국 Z세대의 '야망 부족'을 질책하기란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Z세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입장을 최대한 헤아려 보려 합니다. 읽어보시면 어쩜 한국의 20대와 이렇게 비슷할까 놀라게 될 것입니다. 미국·중국의 Z세대를 바라보는 게 한국의 Z세대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것은 글로벌 자본주의가 가져온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습니다.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탕핑'(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기)에 깔려있는 생각도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노력하면 행복해질 가능성도 있지만 (힘들게 노력했기에) 불행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확실히 (힘들게 노력 안 했기에) 행복하다.' 우리가 우리의 삶에 대해 갖게 되는 전망--희망 또는 절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당대의 경제적 추세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우리의 인생관에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가 미친 영향보다 삼저 호황, 외환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이 미친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닛펠드의 에세이는 바로 이 점을 상기시킵니다. 야망이 부족한 젊은이들의 태도를 탓하기에 앞서, 희망보다 절망을 가르친 세태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모든 것은 우리 모두의 탓입니다. 노력이 변화를 가져오는 세상을 못 만든 우리 모두의 탓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사진=Rosie Clements/The New York Times

10대 시절 나는 더 나은 삶을 꿈꿨다. 내 엄마는 안 버리고 뭐든 쌓아뒀고, 그 탓에 나는 허리 높이로 쌓인 쓰레기 더미 사이를 쥐들이 뛰어다니는 아파트에서 자랐다. 1년 동안 위탁가정에서 지냈고, 그 밖의 시기에는 갈 곳이 없어 어떤 여름밤에는 낡아빠진 1992년식 코롤라 뒷좌석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곳을 벗어나 위로 올라가는 길을 보았다. SAT에서 최고점을 받고, 좋은 대학에서 알맞은 전공을 고른 뒤, 졸업과 동시에 돈이 되는 직업을 갖는다는 계획이었다. 성공이 보장된 계획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나는 이 계획이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승부를 걸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과학 학위를 받은 뒤 구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게 됐다.

나는 이 상승의 궤적을 담은 회고록을 썼고, 책이 나온 뒤 몇 해 동안 전국의 대학에서 강연 초청을 받아 왔다. 처음에는 나 자신을 학생들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롤모델로 여겼다. 그러나 올해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는 역사소설의 화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내 관점이 지금도 유효하기는 한 것일까?

2015년 대학을 졸업할 무렵 나와 동기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에 푹 젖어 있었다. 조언자들은 우리에게 꿈을 좇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여성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독려했다. 내 기숙사 방 벽에는 2010년대 기업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인물인 셰릴 샌드버그의 말을 담은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두렵지 않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나는 세계 최연소로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가 됐던 엘리자베스 홈스를 만난 일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일은 우리에게 급여뿐 아니라 삶의 목적까지 안겨줬다. 일은 구원이자 자아였고 동시에 초월이었다.

자신을 일과 동일시하는 것은 더 이상 시대의 분위기가 아니다. 나는 의욕에 넘쳐 구글에 들어갔지만 성희롱을 겪으며 환멸을 느낀 끝에 다시는 일을 사랑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회사를 떠났다. 홈스를 비롯해 사기 혐의를 받은 경영자들의 몰락은 이른바 '천재 창업가'라는 존재에 대한 사회 전반의 환멸을 낳았다. 뒤이어 코로나19가 닥쳤다. 우리 삶에서 직장이 차지해야 할 자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 따져 보게 만든 사건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미국 주(州) 최저임금은 가장 높은 곳도 시간당 18달러(2만6000원)에 못 미치는 반면, 주식시장은 하루 1200명꼴로 새로운 백만장자를 만들어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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