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잘 지낸다며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를 지시하자 18일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일제히 대북 외교 재개를 위한 포석이라고 풀이했다.
그럼에도 북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을지 회의적이며 훈련 축소는 한미동맹을 시험대에 올리는 것이라는 평가다. 대미투자 결정 등 경제관계가 안보 현안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례라는 시각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한미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17일엔 김 위원장으로부터 응답도 받았다고 밝혔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 훈련 축소 결정은 대이란 지원에 대한 한국의 소극적인 태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 한국이 관세 인하 대가로 약속한 3500억달러(약 49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선정이 지연되면서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이 불만을 표출한다는 정황도 주목된다.
FT는 이번 결정이 한미동맹이 직면한 시험대 중 하나라고 전했다. 폴리티코도 "한국의 3500억달러 투자 약속 이행 속도에 대한 불만"이 한미훈련 축소의 배경이라고 짚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와 안보 관계를 뒤섞는 경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며 "한 영역에서 발생한 불만이 다른 영역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존 리 코리아리스크그룹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동맹의 파멸을 의미하지는 않더라도, 이재명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높일 것"이라고 FT에 밝혔다. 메이슨 리치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아시아든 유럽이든 미국이 현재 동맹국으로서 얼마나 신뢰할 수 없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이란과 북한을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반된 접근법에 주목했다. 핵무기 보유 '직전' 단계에 있는 이란과는 비핵화를 하겠다며 전쟁을 벌이면서 이미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에는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는 것이다.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로버트 리트왁 연구원은 "두 불량국가를 둘러싼 믿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 담당관은 NYT와 인터뷰에서 "또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은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핵무기를 유지하고, 동맹국인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지원하며, 한국을 위협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지금은 미국과의 관계를 진전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트럼프는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김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화해의 제스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도 이란 전쟁 등 중동상황을 주시해 왔다.
차 교수는 "북한은 이번 전쟁을 지켜보며 군사 공격을 피하기 위해선 핵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걸 더욱 확신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 대화를 시도한다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와 마찬가지로 정상회담을 거듭하고도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미 양국이 1976년부터 실시해 온 대규모 훈련은 대북 군사 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한 동맹의 초석으로 여겨져 왔다. 한미훈련 축소는 자칫 북한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에게 한미 연합태세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
지난 3월 미 국방부는 이란 전쟁 탓에 중동 지역으로 자원을 집중하며 한국 방공망의 핵심인 사드(THAAD) 일부를 재배치한 사례가 있다. 최근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호 타격단의 중동 재배치에 따라 당분간 서태평양에 미국 항공모함이 없다는 점도 부각된다.
한편 17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진행되는 올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은 드론 공격, GPS 전파 방해, 전자전 및 사이버전 등 14개 연습을 포함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