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튀르키예에서 비밀리에 전용기를 바꿔타는 기만 작전을 벌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한 극소수 참모 중 나탈리 하프 백악관 보좌관(35)이 논쟁의 중심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작성을 돕는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핵심중의 핵심' '문고리'로 떠올랐다. 18일(현지시간) CNN, 뉴욕타임스(NYT) 등을 종합하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동 행렬에서 이탈하지 않으려 자동차 트렁크에 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을 정도로 '트럼프 충성파'로 분류된다.
기존에도 측근 참모 그룹에 들던 하프가 급부상한 건 민주당 대선주자 중 하나인 존 오소프 상원의원 때문이다. 오소프 의원은 지난 16일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고 "나탈리와 여행이나 하려고 한다"고 직격했다.
하프 보좌관은 미 캘리포니아의 독실한 기독교 가정 출신으로 알려졌다. 기독교 계열인 리버티대학을 나온 그는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이후 보수성향 매체 '원아메리카뉴스(OAN)' 진행자 등을 거쳐 2022년 트럼프 대통령 보좌진에 합류했다. 당시 공식직책이 없음에도 미 전역을 다니며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했다.
NYT에 따르면 하프는 2024년 대선기간 휴대용 프린터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종 소식을 신속하게 전달했다. 백악관에서도 그의 주임무는 뉴스 기사와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을 인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간 프린터'란 별명도 붙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글 작성도 관여하는 걸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SNS에 열심이어도 짧은 시간 물리적으로 다 쓰기 어려울 만큼 많은 글을 쏟아낼 때가 있다. 조력자가 있을 걸로 추정됐는데 유력 인물이 하프 보좌관이다.
주어진 역할 자체가 '최측근'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게다가 하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를 인정받아 역할을 넘어서는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3년 10월 뉴욕 법원에 출두할 당시 차량 행렬에 하프 보좌관이 탈 자리가 없었다. 그는 행렬에서 빠지지 않으려 SUV 트렁크에 올라탔다고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이 전했다. 이는 하프가 수년간 트럼프 곁에서 끊임없이 헌신적으로 일했음을 보여준다고 CNN은 평가했다.
한 백악관 보좌관은 CNN에 "하프는 의심하거나 질문하지 않는다"며 트럼프는 하프가 "100%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워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공화당에서 하프 보좌관은 '트럼프의 문지기'로 통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백악관과 가까운 한 인사는 하프 보좌관의 휴대전화 번호가 트럼프 대통령의 번호보다 더 소중하다고 WSJ에 말했다. 적절한 때 하프 보좌관에게 연락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통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도 하프 보좌관을 아낀다. 트럼프 대통령은 "너희는 결국 모두 떠나서 돈을 벌겠지만, 하프는 나를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참모들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NYT의 매기 하버만·조너선 스완 기자는 백악관 이면을 다룬 책 '정권 교체'에서 이 일화를 소개했다. 두 저자는 하프의 충성심이 트럼프 대통령을 '찬양하는' 편지를 쓸 정도이며 한 통엔 "당신은 제게 전부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고 했다.
지난달 초 튀르키예에서 전용기를 바꿔탈 때 트럼프 대통령은 극소수 참모만 공군기에 대동했는데 여기 하프 보좌관이 있었다. 하버만 기자는 MS 나우 인터뷰에서 그럴 만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에게 "애착 담요(comfort blanket)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애착담요는 가까이 둬야 마음이 편해 잠을 잘 이루게 되는 이불을 말한다.
이쯤 되자 하프 보좌관이 정치논쟁의 중심에 섰다. 백악관은 결사적으로 그를 보호하는 데 나섰다. 지난 17일 CNN 기자는 튀르키예 '미끼 전용기' 관련 하프 보좌관에 대해 질문했다.
백악관은 소셜미디어에 "역겹고 비인간적인 질문"이라고 밝히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질문을 겨냥한 듯 "이런 쓰레기들(scumbags)은 최악 중의 최악"이라고 원색적 표현도 썼다. 트럼프 대통령도 해당 CNN 기자에 "가짜뉴스나 보도하는 가짜 기자"라고 비난했다.
백악관은 오소프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나탈리 하프는 대통령 참모진 중 가장 충성스럽고 성실하게 일하는 보좌관 중 한 명"이라고 반박 입장을 냈다.
한편 그의 충성심은 다른 참모진들을 긴장시킨다. 일각에선 그를 대통령의 핵심 측근에서 배제하려고 시도했다고 여러 소식통이 CNN에 말했다. 하프 보좌관이 "나는 오직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보고한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다른 직원들에게 거부감을 산 걸로 알려졌다.
올 초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원숭이로 묘사한 이미지가 포함된 영상이 올라왔다가 인종차별 논란이 일자 삭제됐다. 백악관 주변에선 해당 영상을 올린 인물로 하프 보좌관을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