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와 실리콘밸리, 대형 로펌 등 치열한 화이트칼라 채용시장에서 '취미 및 관심사'가 가장 주목받는 이력서 항목으로 떠올랐다. 한때 군더더기 취급을 받던 이 항목은 AI가 작성한 천편일률적 이력서가 넘치면서 지원자를 차별화하는 무기가 되고 있단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법률 전문 헤드헌팅 업체 메이저 린지 앤드 아프리카가 최근 유명 로펌 변호사 채용 과정에서 받은 이력서에는 '미니어처 닥스훈트 훈련', '새집 만들기', '레스토랑 수준의 스크램블 에그 만들기' 같은 이색 취미가 대거 등장했다.
이 회사 파트너인 케이트 레더 셰이크는 "이러한 정보가 채용 담당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면접 자리의 어색함을 깨는 계기가 된다"며 "새벽 3시 마감 직전까지 밤샘 작업을 함께 견딜 수 있는 동료인지를 판단할 때 이러한 사소한 정보가 뜻밖의 힌트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취미와 관심사 항목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채용 담당자가 지원자를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인재 채용 전문가로 일하는 리처드 킹은 "AI가 이력서를 모두 똑같아 보이게 만들고 있다"며 "구직자들은 자신만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킹에 따르면 한때 이력서에는 취미나 관심사에 대한 기술이 사라지는 추세였다. 채용과정에서 편견을 줄 수 있는 만큼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보는 빼는 게 채용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반전됐다. 뉴욕의 인재자문업체 스펜서 스튜어트의 레베카 손턴 파트너는 "직장에서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밀레니얼·Z세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런 추세는 기업 리더들이 온라인 브랜딩 과정에서 격식을 내려놓는 분위기와도 맞물려 있다. 예컨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세쿼이아 캐피털의 파트너들은 회사 웹사이트에 게재된 공식 약력에 취향이나 관심사를 공개해놨다. 짐 괴츠 파트너는 자신을 '속어 애호가'라고 소개했고, 보고밀 발칸스키 파트너는 '야생동물 사진찍기'를 취미로 소개하는 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취미 항목 작성 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레더 셰이크 파트너는 "취미 활동은 반드시 맨 마지막 줄에 한 문장 정도로만 짧게 기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턴 파트너 역시 "조직력이나 끈기처럼 실제 업무 현장에서 유용하게 발휘될 수 있는 성향을 암시하는 취미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금융 애널리스트 잭 콜브(24)는 투자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취미란에 '스포츠, 음악, 음식'처럼 뭉뚱그린 표현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그보다는 '익스트림 스키, 시카고 블랙호크스(프로 아이스하키 팀), 치폴레'처럼 구체적으로 적는 게 더 낫다는 조언이다.
그는 "이런 구체성이 면접관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한다"며 "채용 담당자가 수많은 서류 중 통화할 대상자를 골라낼 때 결국 '이 지원자와 이야기 나누는 것이 지루하지 않을까'를 직관적으로 따져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