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노스트라다무스' 오픈AI 연구원 출신 레오폴드 아센브레너

"은하를 사고 싶어."
보통 사람이 했다면 원대한 꿈을 이루고 싶다는 비유적 표현이나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렸을 말이다. 그러나 오픈AI 연구원 출신 투자자 레오폴드 아센브레너가 말했다면. 그의 친구들은 아센브레너가 정말 은하를 사고 싶다는 뜻으로 말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두고 진지하게 토론을 벌였다. 그 정도로 아센브레너는 남다른 인재였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이력과 경험을 상세히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센브레너는 독일 베를린 출신으로 학생 시절부터 상을 쓸어담을 정도로 학업에 재능을 보였다. 정치에도 관심이 많아 독일 녹색당 전국대회에서도 연설한 적이 있다. 그러나 결국 독일을 떠나 미국행을 선택했다. 특출난 인재를 시기, 질투하는 독일 분위기가 싫었다고 2021년 팟캐스트에서 말했다.
15세 나이로 컬럼비아대학에 입학, 4년 뒤 수석 졸업한 그는 교수진 사이에서 최고 우등생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과학적 방법과 데이터를 통해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 다수의 행복을 끌어내자는 효율적 이타주의에도 관심이 많았다. 효율적 이타주의 사상의 토대를 만든 옥스포드대학의 미래인류연구소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다.
졸업쯤 미국 법학적성시험(LSAT)에서 거의 만점을 받아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 가능했지만 예일대 대신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이곳에서 그는 가상자산거래소 FTX 창시자 샘 뱅크먼프리드와 만나 그 밑에서 근무했다.
효율적 이타주의를 지지하며 "최대한 많이 벌어서 최대한 많이 기부하자"를 구호로 삼았던 뱅크먼프리드는 자선단체 FTX 퓨처 펀드를 후원했는데, 아센브레너는 이곳에서 신부 아비탈 발윗을 만났다. 그러나 뱅크먼프리드는 FTX를 통해 사기, 자금세탁 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고 2024년 징역 25년 선고와 함께 110억2000만달러(15조원) 몰수 명령을 받았다. FTX는 파산했다.

뱅크먼프리드와 결별한 아센브레너는 챗GPT 출시 직후인 2023년 오픈AI에 입사해 일리야 수츠케버가 이끄는 팀에 합류했다. 그해 말 샘 올트먼 CEO(최고경영자)가 오픈AI 이사회에서 해임 통보를 받으면서 올트먼 CEO와 수츠케버 간 갈등이 격화했다. 오픈AI직원 대다수가 올트먼 CEO의 복직을 촉구하는 서명을 벌였지만 아센브레너는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올트먼 CEO는 해임 5일 만에 회사로 복귀했다. 공교롭게 오픈AI는 그 이후 아센브레너를 해고했다. 기업 정보 유출이 퇴출 사유였으나 아센브레너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듬해 상황이 반전된다. 에세이 '시츄에이션 어웨어니스'(상황 인식)로 아센브레너는 AI업계 안팎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에세이에서 2027년 인간 수준의 일반인공지능(AGI)이 등장할 것이며 머지 않아 AI가 인간을 초월하는 초지능 단계에 돌입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에세이 이름과 같은 펀드를 설립해 투자금을 끌어모은 다음 반도체, 에너지, 소프트웨어 등 AI 관련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 한때 그의 펀드 운용자산은 1000억달러(138조원)에 달했고 그에게는 'AI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문샷AI의 키미 K3를 앞세운 중국 AI 모델의 역습이 아센브레너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한 달 동안 기술주가 계속 하락하자 시츄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당시 펀드는 자기자본 1달러로 3달러를 차입해 4달러를 투자하는 4배 레버리지로 자산을 운용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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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기관에서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을 받자 그는 앤트로픽 지분 35억달러(4조8000억원)어치 매각을 고려하다 결국 포트폴리오 전체를 시장가 대비 10% 할인된 가격에 시타델에 매각했다. 이로 인해 펀드는 지난달 한 달 손실금으로 300억달러(41조원)를 기록했다. 지난달 손실을 반영한 연초 이후 누적 수익률은 80%로 추정된다.
떄마침 펀드 포트폴리오를 시타델에 할인 매각하는 계약서에 서명한 건 그의 결혼식 이틀 전이었다. WSJ는 그런 상황에서도 아센브레너가 아내 발윗에게 "은하계를 사주겠다"는 말을 건네 주변을 놀라게 했다고 설명했다. "은하를 사고 싶다"는 뜻을 버리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