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사라졌다...전화받고도 "..." 아무 말 안 하는 젠지, 왜?

차유채 기자
2026.09.09 13:56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전화 통화의 기본 인사말인 '여보세요'가 사라지고 있다. 메신저에 익숙해 전화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데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이스피싱까지 늘면서 통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전화 통화의 기본 인사말인 '여보세요'가 사라지고 있다. 메신저에 익숙해 전화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데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이스피싱까지 늘면서 통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젠지(Gen Z) 세대가 전화를 받을 때 '여보세요'와 같은 인사말을 사용하지 않는 현상을 조명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소피아 페레즈(22)는 NYT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오면 전화를 받은 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며 "상대방이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젊은 세대일수록 전화 통화에서 인사말을 생략하는 데 거부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2024년 영국 성인 2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8~24세의 40%는 '여보세요'와 같은 인사 없이 전화를 받거나 끊는 행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반면 55세 이상에서는 14%만이 이를 용납할 수 있다고 답했다.

통화 환경 자체가 달라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유선전화와 달리 스마트폰에서는 발신자 정보가 화면에 표시되기 때문에 굳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확산도 전화 기피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람의 목소리를 복제해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하고 돈을 요구하는 범죄가 등장하면서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에 먼저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를 경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화 자체를 피하는 '콜 포비아(Call Phobia)'도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진다. 영국 소비자 비교사이트 유스위치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18~34세의 25%는 전화가 와도 받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61%는 전화보다 문자 메시지를 선호했다.

일부 Z세대는 예고 없이 걸려 오는 전화 자체를 무례한 행동으로 여기기도 한다. 한 Z세대 남성은 레딧에 "갑자기 전화를 건다는 것은 자신의 시간이 내 시간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라며 통화를 거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화 기피 현상은 직장 등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 노팅엄 칼리지에서는 젊은 층의 전화 불안을 줄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병원 예약이나 직장에 병가를 요청하는 등 실제 상황을 가정해 전화하는 방법을 연습하도록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