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산유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를 풀기 위해 이란과 외무장관급 회동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11일(현지시간) 2% 넘게 하락했다. 원유 공급 차질 완화 기대감으로 유가 급등세는 일단 멈췄지만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데다 공급 불확실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1월물 선물은 정산가 기준으로 전날보다 3.02달러(2.81%) 하락한 배럴당 104.61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가 하락 마감한 것은 6거래일 만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 선물도 2.43달러(2.37%) 하락한 배럴당 100.05달러를 기록, 9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원유 공급 정상화에 대한 외교적 타결 가능성이 모처럼 유가를 끌어내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 이라크, 이란의 외무장관들이 오는 14일 오만 살랄라에서 만나 호르무즈 해협의 '임시 통항로' 구축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지난 2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중동 산유국들과 이란 고위급이 직접 머리를 맞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반니 스타우노보 UBS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중동 내 새로운 협상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유가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원유 공급 차질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공급 차질이 빚어진 호르무즈 해협 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홍해 지역에서도 포화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원유를 수송하는 핵심 시설인 동서횡단 송유관 인근 펌프장이 친(親)이란 무장세력의 공습으로 손상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유가를 밀어올릴만한 악재가 끊이지 않는다.
원유 생산 타격도 확인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8월 원유 공급량은 하루 600만 배럴로 전달보다 230만 배럴 급감하면서 30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IEA는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시설이 잇따라 피격된 게 공급 감소의 주원인이라고 짚었다.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미국에서도 유가 상승세가 또렷히 나타났다. 가스버디에 따르면 미국 전국의 평균 경유 가격은 전날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6달러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