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이어 홍해마저… 중동 원유 수출길 '이중봉쇄' 위기

백소희 기자,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9.14 04:05

후티반군 요충지 점령, 사우디 수송관 공격에 가동중단
'협상력 확보' 이란, 오만·걸프만 국가들과 14일 논의

호르무즈-이어-홍해까지,-중동-원유-수출-비상/그래픽=최헌정

이란전쟁이 발발한 후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걸프만 원유수송이 막히자 대체 수출로 역할을 해온 홍해의 바브엘만데브해협마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반군의 공세로 봉쇄될 위기에 처했다.

1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후티반군은 홍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예멘의 항구도시 알마카(모카)와 페림섬을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후티반군이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 해상봉쇄를 선언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예멘 공식 정부의 영향권에 있는 인근 도시 아덴으로 대거 피란했다. 이날 유엔 이주기구에 따르면 지난 7월 예멘지역에서 분쟁이 재개된 후 약 7만6000여명이 피란길에 올랐고 지난 한 주에만 피란민이 4배 증가했다. 예멘 정부군 관계자는 CNN에 "후티반군은 보유한 모든 전력을 쏟아부었다"며 "끊임없이 병력을 파견하고 탄도미사일과 무기도 총동원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자 중동의 맹주 사우디의 주요 원유 수출길인 동쪽 페르시아만(호르무즈해협)은 물론 서쪽 홍해길도 막힐 위기에 처했다. 사우디는 지난 2월 이란전쟁이 발발한 후 걸프만에서 생산한 원유를 동서 수송관으로 옮겨 남쪽 입구에 위치한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해 수출했다.

후티반군이 바브엘만데브해협의 한가운데에 있는 페림섬을 점령하면서 원유의 해상수송에 위협이 커진 데다 지난 11일 사우디 국영매체는 사우디 국토를 횡단하는 동서 수송관마저 드론공격을 당해 가동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반도국가로 해상물류의 대부분을 호르무즈해협과 홍해에 의존한다. 두 해협이 동시에 마비되면 사우디의 해상 운송로는 아시아와 사실상 단절된다. 이는 사우디만의 문제가 아니다. 호르무즈해협은 전세계 원유 수송량의 25%를, 바브엘만데브해협은 12%를 담당하는 통로다.

상황이 악화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확전도, 종전도 못하고 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지난 11일 트럼프행정부 관계자 2명의 말을 인용,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번 전화를 걸어 후티 공격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미국의 경제적 고립전략으로 내부균열을 겪고 호르무즈해협에서 통제권을 잃어가던 중에 후티의 페림섬 점령이 미국에 우호적인 걸프만 국가들의 결속력을 흔들며 '게임체인저'가 된 꼴이다. 그레고리 브루 유라시아그룹 선임분석가는 "예멘에서 후티가 거둔 성공으로 상황이 다시 이란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었다"며 이란이 "전면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면서도 현상을 바꾸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란이 이전보다 큰 협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란과 오만은 14일 걸프만 국가들과 만나 호르무즈해협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원유 수송길이 막힌 것은 이들 국가에도 생존이 걸린 사안이다. 단 주요 미군기지가 있는 바레인은 회의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9·11테러 25주년 추모식 연설에서 당시 테러를 "거대하고 끔찍한 악의 순간"이라고 규정하면서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고 그게 바로 우리가 오늘 싸우는 이유"라고 말했다. 9·11테러 추모식을 계기로 이란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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