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에 대한 서학개미의 투자 심리가 냉랭하게 식었다. 반도체주가 반등하자 3배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서 탈출하려는 매물이 쏟아졌고 반도체주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는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다만 오는 30일 실적 발표를 앞둔 메모리 반도체회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최근 주가 낙폭이 심했던 맞춤형 AI(인공지능) 칩 제조업체인 브로드컴은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3~9일(결제일 기준 지난 7~11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6억6661만달러를 순매도했다. 4주만의 순매도 전환이자 규모로는 지난 5월28일~6월3일 동안 7억9368만달러의 순매도 이후 최대다.
이 기간 S&P500지수는 0.4% 떨어졌고 나스닥지수는 0.3% 올랐다. 이후 10~11일 이틀간은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모두 0.3%씩 상승했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에서 주간 6억6000만달러 이상의 순매도로 돌아선 결정적인 이유는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가 11억839만달러의 순매도를 나타냈기 때문이었다.
SOXL이 지난 8월 중순 이후 100~130달러의 박스권에서 등락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120달러를 넘어서자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SOXL은 지난 1일 105.91달러까지 내려갔다가 9일 125.87달러로 18.8% 급등했다.
서학개미들은 SOXL이 120달러선을 넘어설 정도로 반도체주가 오르면 추가 상승하기보다 하락 반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를 6469만달러 순매수했다. SOXS는 ICE 반도체지수가 떨어질 때 하락률의 3배 수익을 얻는다.
SOXS가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진입하기는 반도체주가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던 지난 4월 말 이후 4개월여만에 처음이다. 이는 반도체주가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는 상승세를 보이지 못할 것이란 서학개미들의 약세론적 인식을 반영한다.
다만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식긴 했으나 마이크론과 브로드컴은 4956만달러와 4684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SK하이닉스 ADR(미국 주식예탁증서)은 5095만달러 순매도됐다. 엔비디아와 AMD도 3656만달러와 2883만달러 매도 우위를 보였다.
지난 3~9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알파벳 클래스 A였다. 알파벳 클래스 A는 7815만달러의 매수 우위로 5주 연속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알파벳은 자체 AI 반도체부터 클라우드 서비스와 AI 모델에 이르기까지 AI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고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 AI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은 알파벳에 이어 미국의 우량 배당주에 투자해 분기마다 분배금을 지급하는 슈왑 미국 배당주 ETF(SCHD)를 6795만달러 순매수했다. 미국 주식시장이 이란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와 장기 국채수익률 상승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랠리가 억제되자 방어적인 배당주 투자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SCHD는 3주째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올랐다.
양자 컴퓨팅회사인 아이온큐는 6232만달러의 매수 우위로 2주째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지난 10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던 오라클과 AI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인 네비우스 그룹도 각각 3964만달러와 3882만달러 순매수됐다.
이외에 S&P500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뱅가드 S&P500 ETF(VOO)와 초단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만기 0~3개월 미국 국채 ETF(SGOV)가 각각 4788만달러와 4251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지난 3~9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은 SOXL에 이어 중장비회사인 캐터필러를 6960만달러 순매도했다. 캐터필러 주가는 지난 6월30일 고점을 찍고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MSCI 코리아 20/50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사우스 코리아 불 3배 ETF(KORU)는 5095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로 변신하고 있는 아이렌은 직전주 4159만달러의 순매수에서 4308만달러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및 사이버 보안회사인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스가 3878만달러 순매도됐고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3683만달러의 매도 우위로 서학개미들의 비중 축소가 이어졌다.
이외에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TSLL)와 테슬라가 각각 2456만달러와 2210만달러 순매도됐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3일 자율주행 전용 차량인 사이버캡 출시 행사를 앞두고 올랐으나 로보택시에 배치된 초기 사이버캡 물량이 예상보다 적자 실망 매물이 나오며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