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할수없는 'Mr.모든것' 빈살만…사면초가 사우디

김종훈 기자
2026.09.16 15:09

이란·후티·이라크 민병대에 둘러싸여…"빈살만 너무 좋다"던 트럼프마저 사실상 방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이 15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를 찾아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중동 정세가 악화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급격한 안보·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동쪽에서는 이란이, 남쪽에서는 예멘 후티 반군이, 북쪽에서는 친이란 성향 이라크 민병대가 사우디를 동시 압박 중이다. '삼면'이 막힌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최우방' 미국에 손을 내밀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군사 개입을 꺼린다. 이에 사우디가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사우디 돈줄 잡고 기세등등 후티…"성지 메카 향해 드론 날려"

사우디 매체 아랍뉴스에 따르면 사우디군은 15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이 이슬람 제1성지 메카 방향으로 날린 드론을 격추했다. 사우디 측은 매년 이슬람 신자 수백만명이 순례하는 성지를 겨냥한 공격이라며 반발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예멘 연합군 대변인은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이라며 "주저없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티가 메카 방향을 겨눈 것은 예멘 내전이 한창이었던 2016~2017년 이후 처음이다. 예멘에서 후티를 몰아내길 바랐던 빈살만 왕세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연합군을 결성, 내전에 개입한 뒤 하루 평균 10회 내외로 후티를 집중 폭격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예멘 북부를 거점으로 둔 후티는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을 밀어내고 남서부로 진군, 홍해 연안 주요 거점들을 장악했다. 10년 전 사우디에 압도 당하던 후티가 사우디의 돈줄인 원유 수송로를 쥐고 기세를 올리는 형국이다.

북에서는 이라크 민병대 압박…사우디 원유 공급량 30년만에 최저

북쪽 이라크에서는 친이란 민병대가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송유관)을 공격해 송유관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휘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최근 후티와 연계해 사우디 석유시설을 여럿 타격했다.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홍해 쪽으로 원유를 보내는 송유관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이란의 주요 원유 수송로로 활용됐다.

호르무즈에 이어 홍해까지 막힐 위기에 처하자 사우디의 원유 수출량은 급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사우디의 원유 공급량은 일평균 600만배럴로 7월 평균보다 230만배럴 감소했다.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이는 30년만의 최저치다.

정치외교적 해결도 어렵다. 앞서 액시오스 등은 빈살만 왕세자가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번 전화를 걸어 후티를 공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위원회의 신치아 비앙코 객원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대한 (군사) 지원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며 "사우디가 후티와 분쟁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비앙코 연구원은 "지난 몇 달 간 사우디아라비아는 (후티에 대해) 전략적 인내심을 발휘하며 후티와 이란 양측에 경고를 표시했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며 "정치적 해결책을 모두 소진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사우디, 후티에 대규모 보복 징후"

이런 가운데 사우디도 자구책을 준비 중인 걸로 관측된다. 예멘 전문가 모하메드 알 바샤는 CNN 인터뷰에서 "모든 징후는 사우디의 대규모 보복을 가리키고 있다"며 "그 가능성은 날마다 높아지는 중"이라고 했다. 알 바샤는 사우디가 후티와 협상을 선택하는 것은 사실상 항복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CNN은 사우디가 후티와 전면 대결을 선택하든 협상하든 대가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티는 사우디가 10년 전 공습에 대한 배상금을 지급할 것, 자신들의 거점인 북예멘 봉쇄를 풀 것, 이후 예멘에 개입하지 말 것을 사우디에 요구한다.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일단 이집트의 손을 잡았다. 그는 이집트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만나 홍해 안전 항행을 위해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AP통신은 이집트의 지지 선언으로 사우디가 아랍권 세력을 결집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이집트가 당장 군사 지원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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