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역사상 처음으로 캐나다를 '준회원국'으로 초청했다. 캐나다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돌파구를 찾던 가운데 새로운 동맹 확장을 모색하는 EU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연합(EU) 국정연설에서 "캐나다가 유럽연합의 첫 번째 '준회원국(associate member)'으로 초청됐다"고 발표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기술, 국방, 북극, 에너지, 핵심 광물,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미래를 위한 동맹' (Alliance for the Future)을 구축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하나의 바다, 하나의 가치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다"며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U가 비회원국에 준회원국 지위를 제안한 건 처음이다. EU는 이번 준회원국 초청을 계기로 캐나다와 경제·안보 분야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10년 전 맺은 'CETA(포괄적경제무역협정)'로 상호 무역장벽을 철폐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이미 캐나다와 △학생·청년 교류 △연구자금 공동 접근 △전문인력 이동의 자유 등 회원국에 준하는 협력 논의를 진행 중이다.
EU 내 투표권 행사 여부 등 구체적인 권한은 밝혀지지 않았다. 비회원국인 노르웨이와 스위스의 경우 EU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지만 EU 법률 제정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다. 오는 10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캐나다·EU 정상회의에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미국과 무역 전쟁이 격화하자 EU 준회원국 지위를 신설하는 등 협력 강화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했다. 카니 총리는 미국과 무역 전쟁이 벌어지는 수개월 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주요 유럽 지도자들과 물밑 접촉을 시도했다. 특히 캐나다 국민이 비자 없이 EU에서 거주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는 지리적으로 유럽 국가가 아니어서 완전한 EU 회원국 가입은 불가능하다. 다만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EU와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게 EU 측 설명이다. 최근 캐나다가 EU의 우크라이나 지원 900억유로(약 140조원) 규모 대출 협상에 참여하며 연대 의지를 보인 점도 이번 준회원국 제안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과 캐나다는 민주주의를 믿는다"며 "권력은 가장 강한 자, 가장 부유한 자, 가장 목소리가 큰 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