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업계가 시작한 AI(인공지능) 개발 속도조절론이 빅테크(대형 IT기업)업계는 물론 정치권을 뚜렷이 갈라놓는 쟁점으로 비화했다. 앤트로픽, 오픈AI 등이 속도조절을 요구한 반면 메타(페이스북), 엔비디아 등은 개별 기업의 책임을 강조한다. 미국 여야도 이를 두고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이하 메타) CEO(최고경영자)는 1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에 지난달 발표한 자신의 에세이 '모두를 위한 미래' 링크를 공유하며 "모든 AI연구소는 모델을 안전하게 학습시키는데 필요한 속도로 움직일 책임과 유인이 있으며 이를 보장하는 자체 조처를 취할 역량을 갖췄다"고 밝혔다.
그는 "독립적인 평가와 자문위원을 참여시키는 것은 업계의 모범사례다. MSL(메타슈퍼인텔리전스랩스)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이렇게 한다"고 말했다. 또 "메타는 이미 이런 약속을 이행했고 다른 연구소들도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전체가 개발속도를 조절하기보다 각 사가 외부평가와 자문을 활용, 개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제안한 '속도조절론'과 다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일즈포스 연례행사 '드림포스 2026'에서 "회사가 통제할 수 없거나 제품이 안전하지 않을 것같다고 느낀다면 멈추고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또한 저커버그 CEO처럼 개별 기업의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속도조절론에 동조한 AI기업들은 표준기구 마련에 박차를 가한다. 크리스 리헤인 오픈AI CGAO(최고대외협력책임자)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간담회를 열어 "몇 주 전부터 앤트로픽, 구글 딥마인드와 함께 AI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다자간 협력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3사는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민간 AI표준기구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같은 구상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등이 제안한 민간 자율규제 방식이며 미 금융업계를 자율감독하는 금융산업규제국(FINRA)이 모델이다.
AI 선두기업들의 공조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도 지적되지만 리헤인 CGAO는 "항공산업에서 승객과 기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협력한 역사적 선례와 같다"고 반박했다.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은 민주-공화 정당만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해졌다.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간선거를 약 50일 앞두고 불거진 AI 논쟁의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수개월 동안 이상하리만큼 침묵한" 의원들이 중간선거 두 달을 앞두고 갑자기 목소리를 높인다며 민주당의 시기선택에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같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지지하는 보수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그룹의 설계자로 꼽히는 스티브 배넌, 미국 진보정치권의 상징적 인물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지만 나란히 AI 규제강화를 요구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프로휴먼 어셈블리' 연설에서 AI가 인류에게 미칠 위험을 핵무기에 빗대며 강력한 규제를 촉구했다. 이어 연설한 배넌 역시 AI를 역사의 향방을 가를 분기점으로 규정하며 빅테크 주도의 AI 개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오픈AI가 IPO(기업공개)에 앞서 사모시장에서 추가로 자금을 조달받기 위한 초기논의를 투자자들과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오픈AI는 지난 3월 8520억달러의 기업가치로 1220억달러를 투자받았으며 이번에 주요 투자자들과 신규 자금조달 논의를 하면서 기업가치를 1조2000억달러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