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 석유 정제시설에 대한 장거리 드론 공격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제유 가격 상승 우려를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공격 중단을 압박한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군이 이달 중순부터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작전을 보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장거리 타격 부대는 진행 중이던 임무를 마무리한 뒤 정유시설 공격을 사실상 중단하라는 지침을 전달받았다. 지난 20일 러시아 탐보프 지역 드루즈바 송유관 펌프장이 공격받은 이후 러시아 석유 인프라를 겨냥한 추가 공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군의 스타실드 위성 인터넷 서비스 사용이 제한된 직후 이뤄졌다. 우크라이나는 스타실드뿐만 아니라 미국의 정보 공유,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체계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식적으로 공격 중단을 발표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 에너지 인프라 보호를 위한 대가로 러시아 에너지 시설 공격을 자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군에 정유시설 공격을 금지하라는 명령은 없었다"며 필요할 경우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의 전쟁 수행 자금원인 석유 수출 수익을 줄이기 위해 정유시설과 송유관 시설을 집중 타격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주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국제 유가 상승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특히 재러드 쿠슈너 미국 특사는 지난 2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정유시설 공격을 최소 30일간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재에 상당한 외교적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가 이에 호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 동맹국들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 문제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들어 우크라이나에 신중한 대응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군사·외교 지원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유시설 공격 중단 대신 러시아와의 상호 휴전, 패트리엇 미사일 추가 지원, 러시아 영토 내 스타실드 사용 허용 등을 미국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우크라이나 전선 부대에서는 최근 미군 관련 상징물과 성조기를 철거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