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 국회 통제 불가 지적에도 '셀프 심의·결산'

정현수 기자
2026.09.03 03:30

기금 주관 부처 장관이 심의회 위원장 맡아
초과세수 활용 두고 재경부와 입장차도 여전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8월21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호황 등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한 미래대응기금 조성 관련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편성을 확정했지만 기금의 역할과 성격에 대한 논란이 계속된다. 국회의 예산통제를 벗어났다는 지적, 초과세수 활용법에 대한 이견, 국부펀드와의 관계 등 쟁점도 다양하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이하 미래대응기금법)을 심의, 의결했다. 추가·초과세수를 활용해 '재정안정화 장치' 역할을 하고 관련 재원으로 미래투자에 나서도록 규정한 미래대응기금의 구체적 내용을 다룬 법안이다.

기획예산처는 미래대응기금법에 따라 미래대응기금운용심의회를 신설한다. 심의회는 미래대응기금의 관리·운용, 운용계획 수립 및 변경, 기금결산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심의회 위원장은 미래대응기금을 주관하는 기획처 장관이 맡는다.

미래대응기금은 기금 특성상 국회의 예산통제를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는데 심의와 결산까지 '셀프'로 이뤄지는 구조다. 기획처 관계자는 "다부처 기금은 주무부처의 장이 위원장을 맡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기획처와 재정경제부의 미묘한 입장차도 여전하다. 초과세수 활용법을 처음 공론화한 것은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김 전실장은 지난 5월 "초과세수로 국가부채를 줄이자는 주장도 가능하고 국부펀드 형태로 장기비축하자는 주장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초기엔 미래대응기금보다 국부펀드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노르웨이 모델이 많이 거론됐다. 노르웨이는 1990년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하고 그 운용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노르웨이의 석유 역할을 지금 한국에선 반도체가 한다.

재경부가 '한국형 국부펀드' 신설을 공론화한 만큼 초과세수를 한국형 국부펀드에 투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도 지난 5월 "초과세수는 국부펀드 재원으로 두고 그걸로 투자해 다시 돈을 버는 선순환구조를 가져가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획처가 미래대응기금 신설계획을 추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투자공사(KIC)의 국부펀드와 별도로 '한국형 국부펀드'를 설립한다는 계획은 철회됐고 KIC 국부펀드 안에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수정됐다. 초과세수 활용법을 두고 주도권이 재경부에서 기획처로 넘어온 셈이다.

미래대응기금에서 국부펀드로 넘어가는 자금은 5000억원이다. 해당 자금의 비율 등은 관련법에 명시하지 않았다. 미래대응기금의 최종 규모와 역할 등은 올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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