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리발작, 왜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 우려 심화 → 금리 인상 잇따라
재정확대 속 채권쇼크, 부채증가 반복… 회사채도 ↑

전세계 장기국채금리가 급격히 오른 것은 중동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미국·일본 등의 금리인상 가능성에다 AI(인공지능) 투자금 마련을 위한 기술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러시 등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근본 배경에는 인플레이션과 주요국 정부 부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자리한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가계의 자금조달 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재충돌하면서 원유공급망 차질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유가급등은 물가상승을 부채질해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통상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면 경기와 물가가 둔화하면서 장기 금리상승 압력도 약해진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재정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재정적자가 커질수록 국채발행량이 늘어나고 투자자들은 이를 소화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국채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은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경제국들은 최근 수년 동안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부채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미국 국가부채는 40조달러(약 5경5000조원)를 넘어섰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연간 재정적자를 2조1000억달러로 추산한다. 세계 최고수준의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에서도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확대 기조를 밝히며 채권시장에 경고음을 울렸다.
기업들이 AI 인프라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쏟아내면 시장자금을 두고 국채와 회사채가 경쟁하게 된다. 대규모 AI 투자가 물가를 자극할 수도 있다. 미국 5대 하이퍼스케일러(데이터센터사업자)들이 올해 새로 발행한 채권만 해도 2200억달러(약 276조3000억원)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회사채와 MBS(주택저당증권) 발행 증가가 올해 미 10년물 국채금리를 약 0.3%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 등 전세계 국가의 장기국채금리가 빠르게 치솟으면서 정부의 이자부담을 키우는 것은 물론 가계대출과 기업 자금조달 비용까지 밀어올릴 거란 우려가 커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등 부채가 많은 나라일수록 이번 금리상승의 충격이 크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 빚을 갚기 위해 새로 빌리는 비용도 함께 뛰고 이를 메우려 또다시 돈을 빌려야 하는 이른바 '부채의 악순환'(debt spiral)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채금리 상승은) 다음달 예산안 발표를 앞둔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와 방대한 경기부양책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질문에 직면한 사나에 일본 총리 모두에게 압박을 더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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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장기국채금리는 민간자금 조달과 가계금융 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채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등 여러 장기대출금리의 준거 역할을 한다. 가계로서는 주택구입이나 대출상환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면서 소비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기업 역시 투자와 사업확대가 부담스러워진다.
월가 일각에서는 AI 주식 거품이 터지는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수준에 있는 상황에서 금리상승은 세계경제가 높은 차입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