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농진원 첫 설계자 '홍영호', 17년 만에 부원장 됐다

세종=정혁수 기자
2026.09.10 11:20
[편집자주] 농업의 큰 변화는 때로 아주 작은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한 그릇의 밥, 한 알의 씨앗, 농부의 한마디, 연구자의 오랜 기다림 속에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농업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농담(農談)'은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 사람과 농업, 정책과 삶을 잇는 공간입니다. 작은 농업의 이야기를 담아, 더 큰 농업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홍영호 부원장 /사진=한국농업기술진흥원

공공기관에도 기억이 있다. 처음 간판을 달던 날이 있고, 조직이 커지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 순간이 있다. 지방으로 터전을 옮기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때로는 낯선 길을 먼저 걸어야 했던 시간도 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그 시간 한복판에는 '홍영호'라는 이름이 있다.

2009년. 지금의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농촌진흥청에서 20년 넘게 기획과 조직, 인사 업무를 맡아온 홍영호는 설립추진단 기획팀장으로 합류했다.

말 그대로 기관의 '첫 설계도'를 그리던 시절이다.

농촌진흥청과 연구기관에서 만들어진 농업 연구개발 성과를 연구실에 머물게 하지 않고 산업과 농업현장으로 옮기는 것. 기술을 사업으로 만들고,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장과 연결하는 것. 지금은 익숙해진 농진원의 역할이지만 당시에는 하나하나 길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출범 준비부터 함께했던 그가 17년 뒤 농진원 부원장으로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10일 홍영호 신임 부원장이 취임했다고 밝혔다. 임기는 이날부터 2년이다.

충남 천안 출신인 홍 부원장은 천안고와 단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농촌진흥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여 년 동안 기획·조직·인사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농진원과의 인연은 2009년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설립추진단 기획팀장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운영본부장, 벤처창업본부장, 종자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사실상 농진원의 성장을 이끌었다.

기관 지방이전부터 민간육종연구단지 조성, 벤처창업본부와 스마트농업본부 신설까지 농진원의 굵직한 변화마다 그의 손길이 닿았다.

조직을 만드는 일은 건물을 세우는 것과는 다르다. 제도를 만들고 사람을 모으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조직의 방향을 정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나로 묶고,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갖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홍 부원장이 농진원 내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정과 실무에 밝으면서도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해 조직의 성장과 내실을 함께 챙겨왔다는 평가다.

특히 농진원이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한국농업기술진흥원'으로 이름과 역할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그는 여러 보직을 거치며 기관의 변화에 직접 참여했다.

내부에서 홍 부원장 취임을 크게 반기는 이유다. 농진원의 과거를 가장 잘 알고, 함께 해온 사람이 미래를 함께 설계하게 됐다는 것이다.

17년 전 그는 농진원의 출범을 준비하는 기획팀장이었다. 이제는 부원장으로서 또 다른 10년을 준비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농업의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농업, 농산업 벤처 육성 등 농진원을 둘러싼 과제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홍 부원장은 "그간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쏟아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위협 등 농업·농촌의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농업 대전환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데 헌신하겠다"며 "조직 구성원 간 소통에 앞장서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농진원의 첫 설계도를 그렸던 홍영호. 이제 그의 책상 위에는 농진원의 새로운 설계도가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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