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가락동 일대.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인근 전월세 시장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현재 이주 중인 삼환가락아파트(648가구)와 가락미륭아파트(435가구)에서만 1000가구가 넘는 주민 이동이 발생하는 가운데 송파구 전세 거래량은 5월과 9월을 제외하고 올해 내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전세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재건축 이후 돌아올 집을 기다리며 기존 생활권에 머물려는 이주 수요가 전세시장에 유입되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도 재건축 이주에 따른 전월세 매물 감소가 관측됐다. 개포주공5단지는 지난 1월 8일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해 5월 7일까지 이주를 마쳤다. 이주 시작 당시 개포동 전세 매물은 1664건, 월세 매물은 1716건이었지만 4월 4일에는 각각 991건, 865건으로 급감했다. 전세 매물의 약 40%, 월세 매물의 약 50% 증발한 것이다. 이주 기간에 임차 수요가 늘어난 데다 기존 매물이 소진되면서 지역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단지의 이주가 막바지에 이르렀던 5월에는 강남구가 송파구를 제치고 가장 많은 전세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재건축·재개발 이주가 서울 전월세 시장의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비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이주 단계에 들어서면 기존 주택에 거주하던 가구는 다른 집을 구해야 한다. 철거와 신축공사를 거쳐 입주가 시작될 때까지는 최소 3년 이상이 필요하다. 기존 생활권에 남으려는 이주민은 그 기간 만큼 인근 세입자와 임대주택을 두고 경쟁하게 된다.
정비사업에 따른 멸실 이주 수요는 향후 5년간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서울시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6~2030년 서울 207개 정비사업의 이주 예정 물량은 총 17만9310가구다. 올해와 내년 각각 2만4844가구, 1만3446가구에 이어 2028년에는 4만5256가구의 이주가 예정돼 있다. 이어 2029년과 2030년에도 3만9102가구, 5만6662가구가 이주할 예정이다. 특히 2028~2030년 물량은 14만1020가구로 전체의 78.7%를 차지한다. 사업 추진과 인허가 상황에 따라 실제 이주 시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자치구별로는 목동 재건축 단지가 포함된 양천구가 3만1112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송파구 2만4708가구, 강남구 1만5852가구, 영등포구 1만3395가구 순이다. 정비사업이 밀집한 지역에서 이주 시기가 겹치면 인근 전월세 시장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 감소와 정비사업 이주가 맞물리는 2027~2028년을 주목하고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관리처분인가 단계까지 마친 정비사업장이 상당히 많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만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가 3만가구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과소공급 구간에 접어드는 만큼 이주 수요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가장 우려되는 시점은 2028년"이라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치동과 송파권 등 학군지에 이주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비사업 속도를 일률적으로 늦추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이 지연되면 향후 입주 물량이 줄고 사업비와 금융비용이 늘어 조합원 분담금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는 정비사업의 속도조절 보다는 개별 정비사업 현장에 맞는 주거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주민들에게 주거안정 대안을 더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공공이 이주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임시 거처와 이주 자금 지원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