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은행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가운데 동일 지주사 내 은행간 통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일본에서도 지방은행간 합병 규제를 완화해 비용절감을 이뤄낸 선례가 있다. 국내도 이를 통해 중복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일본 지방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및 시사점'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방은행은 저출산·인구 감소, 수도권으로의 인구·경제력 집중, 지방전통산업 쇠퇴로 영업기반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지방은행 중 규모가 가장 큰 부산은행의 총자산은 100조7000억원으로 KB국민은행(675조1000억원)의 7분의 1 수준이다. 광주은행(41조3000억원)과 제주은행(8조2000억원) 자산을 국민은행과 비교하면 각각 16배, 82배 격차가 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지방은행 역시 인구 고령화로 인한 예금감소, 중소기업 폐업에 따른 대출 수요 부진의 문제를 겪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과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게 됐다. 다만 지방은행 재편이 이뤄지면서 상황은 나아지고 있다. 지방은행 당기순이익 합계는 2019년 6600억엔까지 줄었다가 최근 1조3100억원엔까지 늘었다.
일본이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시한 카드는 합병 규제완화다. 일본 정부는 특례법을 만들어 합병에 따른 사업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거나 이용자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방지하는 등 요건을 충족하면 경영통합을 허용했다. 일례로 법 제정 이후 1호 사례인 아오모리은행-미치노쿠은행은 합병을 통해 인접 지점을 통폐합하고 전산시스템을 합쳤다. 이들은 2022~2026년 5년간 100억엔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의 경우 모회사가 다른 지방은행 간 합병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신 각 지주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자은행 간 합병을 검토할 필요성은 있다는 조언이다. 장기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면 사전단계에서 두 은행의 전산시스템 통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중복 업무에 대한 비용을 절감하는 등 비용효율성을 높이고 시중은행만큼은 아니더라도 규모의 경제효과를 얻어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유구조 변화 없이 비용을 절감하고 시너지를 내는 업무 연합 모델인 '쓰바사 얼라이언스'도 제시된다. 기존 지방은행 공동정보망을 △공동 클라우드 차세대 뱅킹시스템 △백오피스 공동 자회사 △AML·FDS 공동대응센터 △ESG 공동 인프라 △디지털 전문 합작회사 등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또 은행들이 부수업무나 자회사를 통해 비금융업무를 영위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우선 업무범위를 확장해 지방은행이 여수신 외에 비금융사업에 참여하도록 열어줬다. 이를 통해 지역상사, 재생에너지, 인력 컨설팅, 디지털전환 등 다양한 사업모델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