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국도화학이 충남 대산 비스페놀A(BPA) 사업의 주요 매각 조건의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올해 4분기에 열리는 국도화학 이사회에서 인수안이 통과되면 양측은 곧바로 계약 체결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도화학은 우선 초기 지분 절반을 확보한 뒤 3년 내 지분을 모두 인수해 세계 1위 에폭시 기업으로의 위상을 공고히한다는 목표다.
8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국도화학은 대산 BPA 사업 매각을 위한 주요 조건에 합의했다. 거래 대상은 LG화학 대산 BPA 사업에 한정되며 여수 BPA 사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BPA는 폴리카보네이트와 에폭시수지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범용 석유화학 제품으로, LG화학 대산공장의 BPA 생산능력은 연간 약 16만5000톤이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매각 금액을 1조원대로 추정하고 있지만 실제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는 초기에 지분 50대50의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 지분율을 LG화학과 국도화학이 각각 50%씩 보유하고, 국도화학이 향후 3년에 걸쳐 LG화학의 잔여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단계적 인수 방식은 국도화학의 초기 자금 부담을 분산하기 위한 구조다.
양측은 연내 최종 매각 계약 체결을 목표로 막바지 세부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대산공장 내 여러 사업 가운데 BPA 사업만 분리해 인수하는 구조인 만큼 공통 설비 사용 등 일부 협의 사항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도화학은 남은 협상을 마무리하는 대로 올해 4분기 중 이사회를 열고 인수안을 승인해 LG화학과 최종 매각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이미 대산 BPA 생산직원들을 대상으로 매각 추진 상황과 향후 고용 방안까지 설명했다. 사업이 국도화학으로 넘어가더라도 이동을 원하지 않는 직원은 LG화학에 남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매각 계약 체결 이후에는 노사간 고용안정위원회를 열어 직원들의 고용승계와 위로금 등 세부 조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국도화학은 핵심 원료인 BPA의 생산 기반을 확보해 에폭시수지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게 된다. 세계 1위 에폭시수지 기업인 국도화학은 현재 LG화학으로부터 BPA를 공급받는 주요 고객사다. 인수가 완료되면 국도화학은 원료의 외부 조달 의존도를 낮춰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동시에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른 부담이 낮아져 에폭시 사업의 원가 경쟁력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도화학의 주력인 에폭시 사업도 최근 성장세다. 올해 상반기 에폭시수지 부문 매출은 1조12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18억원보다 약 44%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50억원에서 616억원으로 약 76% 늘었다. 사실상 국도화학 본업이 에폭시 사업인 만큼 이번 인수 완료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 입장에서 이번 매각은 범용 석유화학 사업을 축소하고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의 연장선이다. 중국의 자급률 확대와 성장 정체 등으로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경쟁 심화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반도체와 모빌리티·로봇 소재, 항암 신약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국도화학은 BPA 원료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LG화학은 범용 석유화학 사업 구조개편에 속도를 내면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윈윈 거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