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이차전지 부품 기업 에스아이의 주영식 대표는 요즘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가 탄다. 거대한 프레스 기계 등이 굉음을 내며 돌아가야 납품 기일을 맞출 수 있지만 넓은 작업장에 직원들이 많지 않아 작업이 여의치 않다. 5년 전만 해도 30여명의 숙련공으로 활기가 넘치던 이 공장엔 현재 단 12명만 남아 겨우 라인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는 그동안 직원을 더 늘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많은 중견·중소기업이 그렇듯 일하려고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주 대표는 특성화고와 연계한 채용도 해봤지만 대부분 3개월 이내에 퇴사했다. 각종 채용 플랫폼도 활용했는데 실제 정착률은 매우 낮다. 주 대표는 "100명을 새로 뽑아도 한 명 정도 남을까 말까 한 게 현실"이라며 "지원자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어렵게 채용해도 오래 다니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에스아이의 사례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를 비롯해 대한민국 중소 제조업체들의 처참한 '구인난' 모습을 보여준다. 국내 산업현장은 심각한 인력 가뭄에 시달리며 생존의 갈림길에 선 기업들이 넘쳐난다. 일감은 있지만 정작 일을 할 사람이 없어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기이한 경영난에 허덕이는 게 현실이다. 생산 라인을 멈출 수 없는 기업들은 퇴직 직원이 차린 협력업체에 물량을 떼어주거나 외주를 대폭 늘리는 등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깎아먹는 독이 되고 있다.
구인난은 곧 참혹한 '공석비용(Cost of Vacancy)'으로 직결된다. '공석비용'이란 기업의 빈 일자리 탓에 그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직·간접 비용을 뜻한다. 예를 들어 산업 현장에선 원청에서 100원을 받고 수주한 물량을 제때 납품하지 못할 경우 협력업체에 100원 혹은 그 이상을 주고 울며 겨자 먹기로 재위탁하는 식이다. 여기에 외주 공장으로 물건을 실어 나르는 물류비를 포함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이 공석비용 개념에 들어간다. 이 비용 탓에 공장은 쉬지 않고 돌아가도 정작 통장에 남는 이익은 말라붙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지방 공단의 사정은 더욱 참담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공장들이 많다. 경남 김해에서 연마재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은 10여명의 직원이 톱니바퀴처럼 겨우 돌아가고 있다. 30~40명은 필요하지만 열악한 작업 환경과 지리적 한계 탓에 국내 구직자는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빈자리는 결국 외국인 근로자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외국인 고용에 따른 상시 행정 비용, 장기 구인 공고 유지비, 언어장벽으로 인한 초기 생산성 저하 등 감당해야 할 몫은 온전히 기업의 짐으로 남는다.
충남 논산의 식품 가공업체는 지난해 4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공석비용과 자동화 설비 투자 비용 등이 겹치면서 손에 쥐어든 당기순이익은 2억원에 불과했다. 경남 밀양 농공단지의 선박 배관 업체도 15명의 근로자 중 상당수를 외국인에 의존하며 살얼음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현장 노동을 기피하는 구조적인 인력난이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 등과 맞물려 기업들의 구인난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렇다고 막대한 자금을 들여 당장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기도 어렵다. 영세한 기업들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설비 투자는 가뜩이나 악화한 채산성을 뿌리째 흔드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평가다.
기업인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현실적인 대책과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인력난으로 인한 공석비용과 납기 지연 손실, 급등하는 외주비를 온전히 중소기업 혼자 짊어지는 현재의 구조에선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천 계양구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구직 공고를 1년 내내 올려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고 납품 기일을 맞추지 못해 하루하루 피를 말리고 있다"며 "지난해 매출 50억원을 찍으며 겨우 버텼지만 이런 식으로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결국 수주를 포기하고 공장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고용 지원과 직원 교육 등에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며 "특히 입사한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청년들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