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어느 정부에나 가장 위험한 정치 변수다. 진영 논리에 빠지면 더 그렇다. 특히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집값과 부동산 세제에 발목이 잡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X에 "국민주권정부는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타파할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취임 후 처음 30%대로 내려앉은 국정수행 긍정 평가(리얼미터 8월 4주차 38.9%)는 민심이 떠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러 요인이 겹쳤겠으나 집값과 전·월세 불안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원으로 되돌린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애초에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소유자의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비거주 1주택자=투기꾼'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실거주라는 잣대로 이들을 잠재적 투기자로 몬다고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 만성적인 공급 절벽이 투기 수요를 부르고 이것이 도리어 집값을 밀어 올리는 구조다. 집이 차고 넘쳐 집값이 내려갈 것 같으면 집을 살 사람은 없다.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집이 없는 이유를 다주택자의 사재기가 문제라고 보고 다주택자를 압박하니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생겼다. 그래서 초고가 주택의 부담을 높여 1주택자와 고령 은퇴자까지 타깃으로 삼았다. 그랬더니 시장은 '덜 똘똘한 한 채'와 재개발 지분 등으로 우회하며 규제를 회피한다. 두더지 잡기 게임이 된 셈이다.
최근의 시장 흐름도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8·3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뒤 강남·서초는 약세를 보였지만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8월 넷째 주 0.29% 상승했고 전셋값도 0.22% 올랐다. 특히 지난달 중랑(1.99%)과 성북(1.94%) 등 강북권 아파트값은 2% 가까이 치솟으며 서울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 시장은 정부의 선의에 호응하지 않고 이익에 반응한다.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를 압박하면 민간 임대 물량부터 줄어들 수 있다. 연말까지 서울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전세 계약 1만여 건이 만기를 맞는다. 전세 소멸과 월세화에 따른 주거비 부담은 세입자 몫이다. 늘어난 보유세가 월세로 전가되고 전월세 부담을 견디지 못한 임차인들이 매수로 돌아서 다시 집값이 뛰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달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시중 유동성 증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 우려, 공급 부족으로 인한 수도권 집값 상승 기대 등이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6월 광의통화(M2)는 4213조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돈은 넘치고 공급은 부족한데 '내 집 마련'과 인플레이션 방어라는 보편적 욕구를 세금만으로 꺾을 수는 없다.
정부의 딜레마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도심의 집은 공산품처럼 찍어낼 수 없고 재건축과 재개발은 임기 내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오히려 착공·이주 단계에서 가격을 자극할 수 있으니 세금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서울 핵심지역의 희소성을 더 강화시킨다. 대체불가한 것의 가격이 떨어질 리 만무하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공공 임대주택이 아닌 '살(buy) 수 있는 내 집'이다. 도심 재개발·재건축의 인허가를 단축하고 금융 지원을 확대해 강력한 공급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야 한다. 양도세와 취득세 부담을 덜어 다주택자의 매물을 유도하고 주택이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이전될 수 있도록 거래의 선순환을 도모해야 한다.
투기 수요를 완벽히 제거한 진공상태의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산을 지키려는 심리, 위험을 감수하려는 투자, 더 나은 주거지로 이동하려는 욕망은 시장의 일부다. 그렇다고 투기를 방치하라는 말이 아니다. 시장의 룰에 맞는 처방을 해야 정부가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금은 집을 짓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