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는 넓게, 추정은 정교하게[MT시평/김덕호]

보호는 넓게, 추정은 정교하게[MT시평/김덕호]

김덕호 성균관대 산학교수(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2026.09.0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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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하지만 노동법의 보호를 온전히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에게는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등 근로기준법의 일부 핵심적인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다.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형태 종사자, 프리랜서 중에는 어디까지가 근로관계이고 어디부터가 독립된 계약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노동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보호는 경계에서 멈춘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자 추정제는 바로 이 문제에서 출발한다.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고, 상대방이 그렇지 않음을 입증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업무 지시와 평가, 보수 결정에 관한 자료에 노무제공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실제로 근로자처럼 일하면서도 도급·위탁계약을 맺거나 '3.3% 사업소득자'로 처리해 노동법 적용을 피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근로자 추정제를 곧바로 도입해야 한다는 결론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현행법 아래에서도 계약의 명칭과 관계없이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면 근로자로 판단될 수 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도 지휘·감독, 보수의 성격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근로자성을 판단해 왔다.

문제는 입증책임을 어디에 둘 것인가다. 입증책임을 전환하면 노무제공자의 어려움은 줄지만, 영세사업자에게는 근로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새로운 부담이 생긴다. 우리 노동법은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임금과 근로시간, 휴일·휴가, 해고와 퇴직급여 등 강행적인 규율이 폭넓게 적용된다. 일부 위반은 형사책임으로 이어진다. 이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강력한 장치지만, 동시에 사업자에게는 상당한 비용과 법적·행정적 책임을 수반한다. 따라서 추정의 요건과 효과가 불분명하면 당사자가 형성한 계약관계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도 흔들릴 수 있다.

여러 거래처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독립사업자와 사실상 한 기업의 지휘·통제 아래 일하는 사람을 같은 방식으로 다룰 수는 없다. 충분한 준비 없이 근로자성 판단의 출발점을 바꾸면 예상치 못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입법의 속도보다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직종별 지휘·통제의 정도와 계약 구조, 근로자성 인정에 따른 비용과 행정 부담을 먼저 살펴야 한다. 특히 추정의 요건과 반증 기준, 민사상 추정과 형사책임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충분한 실태조사와 사회적 논의가 입법에 앞서야 한다.

보호를 미룰 이유도 없다. 근로자인지를 가리는 논쟁과 별개로 안전하게 일할 권리, 정당한 보수를 받을 권리, 일방적인 계약 변경과 해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일감과 보수의 결정에 대해 설명받을 권리 등 기본적인 권리는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 근로자에게는 노동법의 온전한 보호를, 경계에 있는 노무제공자에게는 기본적인 권리를 단계적으로 보장하는 다층적 보호체계가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모두를 근로자로 부르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보호 밖에 방치하지 않으면서도 계약관계의 다양성과 제도의 예측가능성을 함께 지켜야 한다. 보호는 넓혀야 한다. 그러나 추정은 신중하고 정교해야 한다.

김덕호 성균관대 산학교수(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김덕호 성균관대 산학교수(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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