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잠들지 않는 도시의 경쟁력

기성훈 정책사회부 부장
2026.09.04 05:00

밤이 만드는 새로운 소비와 일자리
미국·일본·중국 등 '야간경제' 활성화
관광사업 아닌 도시 운영의 문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서울시 야간경제 활성화 기자설명회에 참여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

도시는 해가 진다고 멈추는 공간이 아니다. 직장에서 하루 일과를 마친 시민은 식사를 하고 운동을 한다. 공연을 보며 문화생활도 즐긴다. 관광객은 그 도시의 또 다른 표정과 매력을 만난다. 야간경제는 단순히 음식점과 상점의 영업시간을 늦추는 일이 아니다. 문화·관광·교통·안전·상권을 연결해 낮에 집중된 도시의 시간과 공간을 밤까지 확장하는 도시 경쟁력 전략이다.

야간경제는 통상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이뤄지는 소비·문화·관광·서비스 활동을 뜻한다. 전 세계 야간경제 시장은 연간 3조~4조 달러(약 4000조~54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 세계 고용 인구 10명 중 1명이 야간경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밤의 소비시간을 늘리는 게 골목상권 매출, 일자리로 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해외 주요 국가와 도시는 야간경제를 도시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인식한다. 미국 뉴욕은 '나이트라이프(Nightlife)' 사무국을 설치했다. 일본은 심야 영업 규제를 손질하고 야간경제를 국가 관광전략에 넣었다. '야간 문화·관광 소비 허브' 육성을 신형 소비 시범과제로 지정한 중국에선 상하이·푸젠·장쑤가 야간경제를 업무보고에 정식 편입했다.

국내에서는 부산 광안리 드론라이트쇼, 대전 거리퍼레이드 등 '0시 축제', 대구 서문야시장은 밤의 콘텐츠가 체류와 상권 소비를 키울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서울도 최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남산·광화문·한강을 4대 야간 랜드마크로 집중 육성하고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달빛야장을 만드는 등 '24시간 활력경제도시 서울' 계획을 발표했다. 야간경제 활성화로 2030년까지 야간소비 5조원을 새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기존 서울·수도권 집중 구조를 넘어 지역 관광을 키우고 외국인 관광객 관점에서 'K컬처'와 연계한 관광상품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밤 콘텐츠'도 중요하다. 밤도 관광객의 '골든 타임'이 될 수 있어서다. 야간 관광객은 숙소에서 자고 갈 가능성이 크고 지역 체류 시간도 길어 소비액이 크다. 관광객이 저녁 이후에도 안전하게 머물고 소비할 콘텐츠와 이동수단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결국 성패는 콘텐츠 숫자보다 운영 체계에 달려 있다. 야간경제를 관광 부서의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교통·문화·경제·안전 담당 부서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도시 운영 과제로 다뤄야 한다. 무엇보다 심야교통 시스템과 보행 안전을 갖춰야 한다. 심야버스 및 지하철, 안전한 보행로, 공공화장실과 휴식공간을 하나의 동선으로 설계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다국어 안내와 결제·예약 편의도 강화해야 한다.

상인과 주민, 문화예술인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도 필요하다. 규제완화와 주민 보호는 함께 가야 한다. 야외 영업과 문화행사를 허용하되 소음·쓰레기·치안 기준을 분명히 하고 업소와 주민의 갈등은 사후 단속보다 사전 중재로 풀어야 한다. 실제 업소와 주민 간 분쟁을 다루는 뉴욕의 'MEND NYC'(일종의 주민분조정센터)는 지난해 기준 중재 성공률 86%를 기록했다. 심야 노동자의 안전한 귀가와 적정한 근무환경도 야간경제 정책의 필수 조건이다.

중요한 것은 '잠들지 않는 도시'가 아니다. 시민에게는 일상 속 여가와 안전을, 관광객에게는 더 오래 머물 이유를, 소상공인에게는 지속 가능한 매출을 주는 도시여야 한다. 안전하고 풍요로운 밤을 설계할 때 야간경제는 일시적 축제가 아니라 도시의 새로운 자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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