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까지 토지거래허가제로 묶고 대출도 옥죈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다. 투기 수요 차단과 시장안정이 당초 목적이었지만 실제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서울 강남 일부 지역 집값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수도권 매매·전세·월세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계속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2월 첫째 주 이후 87주 연속 올랐다. 역대 최장기간 상승이다. 전월세난은 더 심각하다. 10월 첫째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년 전보다 9.96% 상승한데다 매물은 거의 실종됐다. 세대수 1000 ~ 2000세대 이상 대단지에서도 매물 찾기는 쉽지 않다. 갭투자를 할 수 없도록 2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한 탓에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이라도 더 늘어야 하는데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실제 입주가 가능한 주택 준공 실적(1 ~ 8월)은 서울과 수도권 기준으로 전년보다 20%안팎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주택 공급을 총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최근 인식은 우려스럽다. 이성훈 LH 사장은 12일 국회 국정감사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집값 급락 가능성이 좀 많다. 지금 바로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집값 하락을 예상한 것이 공급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은 원인으로도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9월까지 LH의 공공주택 착공 실적은 연간 목표치의 25%에 그친다. 이 사장은 수도권 주요 공급처인 남양주 왕숙지구 착공상황에 대해 업무파악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으로도 질책받았다.
정부는 집값 하락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드러내기보다 10·15 대책의 결과를 차분히 복기해봐야 한다. 집값 정상화라는 정책목표에도 전·월세 급등에 놀란 세입자들이 '영끌'해 집을 사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로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라질 것'이라는 대통령의 언급과 무관하게 전세수요가 많은 만큼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방법도 찾아야 한다. 대출이 6억원 한도로 막혀있어 10억원 안팎 서울·수도권 외곽 아파트 값이 더 뛰었다. 비상조치인 대출규제를 계속 끌고가기보다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