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 양육비를 혼자서 감당하거나 고정된 관할 법원에 오가느라 자녀 양육에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법조계는 자녀의 복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현행 가사소송법을 배경으로 꼽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가사소송법은 이혼 확정 전 양육비 지급 사전 처분을 강제할 방법이 부재하다. 이혼소송은 6~12개월이 소요되고 항소심 등 절차가 길어지면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혼소송이 길어지는 동안 양육비 지급이 끊기면 양육자가 양육 부담에 더해 재정적 부담까지 홀로 감당하게 된다.
현행 가사소송법 제62조 제1항에 따르면 가정법원 등은 가사사건에서 양육을 위한 조처(양육비 지급) 등을 처분할 수 있다고 정한다. 하지만 같은 법 제62조 제5항은 이같은 처분은 집행력을 갖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강제할 수 없단 것이다. 양육비이행법에 '양육비 선지급제'가 규정돼 있지만 이혼 확정 이후에 적용되는 제도일 뿐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혼 사건 특성상 심리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재판 진행 중 양육비를 지급하게 하는 사전처분이 가능하지만 현행법상 집행력이 인정되지 않아 실질적인 양육비 지급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수 없다보니 양육자는 이혼소송에서 '을'의 위치에 서게 되는 점도 문제다. 양육자 홀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다가 당장의 생활비를 위해 불리한 조건으로 이혼소송을 합의해 종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신영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은 "상대방이 양육비를 끊으면 당장 월세와 아이의 학원비, 생활비를 감당할 수입이 없어 대출로 버티면서 이혼소송을 이어가야 한다"며 "양육자들은 소송 중반쯤 되면 '재산 분할을 덜 받더라도 빨리 끝내고 싶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생계 때문에 상대방이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조정으로 마무리하게 된다"며 "결국 양육비를 강제로 받아낼 수단이 없다는 건 자녀 양육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이혼 소송 전체의 결과가 경제적으로 강한 쪽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관할 법원 규정도 양육 공백을 발생하는 요인이다. 현행 가사소송법상 이혼 및 양육사건은 부부가 마지막으로 함께 살았던 주소지나 상대방의 주소지 등을 관할하는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서울에서 거주하다가 이혼 소송 중 한쪽이 자녀를 데리고 지방으로 이사를 하더라도 재판은 기존처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다. 결국 양육자가 재판받기 위해 지방과 서울에 오가는 과정에서 양육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허윤정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과거 가사소송법이 제정되던 시절 '가정을 보호한다'는 목적에서는 관할 법원을 부부의 주소지로 하는 게 맞을진 몰라도 시대에는 맞지 않다"며 "양육 공백을 막기 위해 자녀를 키우는 양육자 주소지 관할 법원에서도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